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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사·학부모·학생이 만든 환상의 하모니

경기 중산초 김남숙 교사·학부모 김은선 씨



교사-학부모로 만나 작사가-작곡가 변신
중창단과 동요 앨범 ‘햇살 좋은 날’ 제작
‘우리 할머니’ 등 공동 작업한 6곡 담아


“햇살 좋은 날 유리병 한 가득/아이들이 두고 간 햇살 한줌 담아볼까/외로운 친구 마음에 살살 뿌려주면/눈물로 젖어 있던 친구 마음 어느새/보송보송 즐거워 웃음 짓겠지~.”

지난 20일 경기 중산초 2학년 1반 교실. “우리 노래 한 번 해볼까.” 교사의 제안에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노래를 시작했다. 티 없이 맑은 목소리가 리듬을 따라 춤췄고 동심 가득한 노랫말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김남숙 교사가 가사를 쓰고 학부모 김은선 씨가 곡을 붙인 동요 ‘햇살 좋은 날’이다. 김 교사는 “밝고 신나는 곡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이달 초, 중산초 어린이 중창단과 함께 동요 앨범 ‘햇살 좋은 날’을 냈다. 타이틀곡인 ‘햇살 좋은 날’과 ‘아기별 꽃’ ‘보물’ ‘우리 할머니’ ‘가을 조각보’ ‘마음속에 피는 꽃’ 등 여섯 곡을 담았다. 전문가의 작품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과 세련된 전개가 눈길을 끌었다.

‘보물’은 학년 말, 아이들과 함께 1년간 찍은 사진을 넘겨보면서 추억을 떠올리던 순간을 노랫말로 옮겼다. ‘우리 할머니’는 한결 같은 모습으로 손자를 마중 나오던 할머니의 모습을 묘사했다. 김 교사는 “노랫말은 학교에서 일어났던 소소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동요 앨범을 낼 수 있었던 건 담임을 맡을 때마다 동요를 지도했던 교사, 음악이 좋아서 작곡을 취미로 삼았던 학부모가 ‘담임교사와 학부모의 인연’으로 맺어지면서다.

김 씨는 자녀가 올해 중산초로 전학 오면서 학교에서 책 읽어주기 봉사를 시작했다. 그의 책 읽어주기는 조금 특별했다. 책 내용으로 노래를 만들어 들려줬던 것이다. 김 씨는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고민하던 찰나에 노래가 떠올랐다”며 “이 이야기가 담임선생님에게까지 전해진 게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 교사는 평소 ‘동요 사랑’이 남달랐다. 교육 과정에 맞는 동요를 골라 일주일에 한 곡씩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노래 듣고 그림 그리기, 행동으로 표현하기, 동요 발표회 등 다양한 활동도 곁들였다.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모습을 발견할 땐 가사에 녹여냈다. 그가 쓴 가사는 각종 노랫말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았다.

김 교사는 “과거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동요를 즐겨 부르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훗날 동요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써내려갔던 가사가 허도경 학생의 어머니를 만나 노래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작사가와 작곡가로 마주한 이들은 한 달 만에 20여 곡을 완성했다. 그리고 더 많은 학생과 완성된 동요를 공유하기 위해 앨범 제작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지난 6월 전교생을 대상으로 어린이 중창단을 모집, 연습을 시작했고 9월 1일 동요 앨범을 공개했다. 제작된 CD는 전교생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앨범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한 학부모는 도교육청 홈페이지의 우리 학교 자랑 게시판에 칭찬 글을 올렸고 문자로 ‘동요를 들으면서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감사함을 전하는 학부모, CD를 추가로 구입하고 싶다는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앨범 판매로 얻은 수익은 아동복지 전문기관에 기부됐다.

학교 분위기도 달라졌다. 교사들은 수업에 동요를 활용했고 학생들은 틈만 나면 노래를 흥얼거렸다. 중창단원들은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가 됐다. 6학년 김규민 양은 “녹음실에 가서 노래를 녹음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직접 부른 노래가 학교에 퍼질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가원 양은 “친구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좋다’고 이야기해줄 때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4학년 박윤민 군도 “중창단 활동을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다른 친구들도 경험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름다운 하모니의 주인공들은 또 한 번 도전에 나선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어린이 창작동요제 참가를 목표로 연습에 한창이다. 김 교사는 “졸업을 앞둔 6학년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면서 재미와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는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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