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 연하 커플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나이 차이에 대한 고정 관념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여교사와 남학생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겠지요. 실제로 12살 연상의 여교사와 결혼한 남제자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학교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적인 공간입니다. 그 곳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강제에 가까운 키스를 하고, 또 그 것을 다른 학생이 지켜본다면, 학생이 학교에서 교사에게 공공연히 반말을 한다면…. 픽션이라는 이유로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좀 지나친 것이 아닐까요. 드라마 '로망스'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달 3일 한국교총은 MBC TV '로망스' 제작진에게 사제간 사랑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문의를 했습니다. 여자 선생님과 남학생의 사랑에 대해 현직 교사들이 방송 시작 전부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그 때 '로망스' 기획을 담당한 정운현 씨는 "대본과 시놉시스도 보지 않고 우려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며 "문제삼을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방송된 '로망스'는 이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그대로 드러내었습니다. 제자인 관우(김재원)이 선생님인 채원(김하늘)의 손을 거칠게 끌고 가 교내 밴드부실에서 기습적으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방송됐기 때문입니다. 이 방송이 나간 이후 ‘고등학교 내에서 교사와 학생이 키스하는 장면이 과연 합당한가’를 두고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방송 직후 ‘로망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학교에서의 그런 행동은 이해가 안 간다. 그건 사랑이 아니고 정신병의 일종인 집착이라고 생각한다.’(CSKKKK),‘평생 선생이고 싶은 채원(김하늘)에게 사랑에 대해 확인을 구하고, 돌출행동을 벌이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LNH8270)등 극중 제자인 김재원의 행동에 대해 따가운 지적이 많았습니다.
또 고등학생 신분인 김재원이 선생님인 김하늘에게 반말을 하는 것도 ‘스승과 제자간에 지켜야할 기본적인 예의를 깨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아이디 ‘HOOSOTS ’란 네티즌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반말하고 ‘채원씨’라고 부르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학교 안에서 선생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는 행동은 거의 패륜이라고 생각한다’며 극중 김재원의 행동과 말투 모두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로망스’ 게시판에는 이런 비판에 대해 ‘왜 이 둘의 사랑이 불륜이고 패륜이란 말인가?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REGY1119)라며 두 사람의 사랑을 지지하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느 네티즌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것을 왈가 불가 하는 사람들은 현실성 좀 가지고 살았으면 한다"며 비난하는 팬들을 비꼬는가 하면, 또 다른 네티즌은 "왜들 그런 딱딱하고 이상한 쪽으로만 생각하는지. 이들의 사랑이야말로 다른 사랑보다 오히려 더 순수하고 깨끗할 수 있다"며 '로망스'를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실제 교사들의 반응은 더욱 강경했습니다. 전북기계공고 주용환 교사는 키스신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물었더니 "정말 멋있는 장면이다. 나도 저런 여선생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영화 '친구'를 보고 친구를 살해한 학생이 나오는데 '로망스'를 보고 여교사를 강제추행 하거나 성폭행 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개탄했습니다.
전북진안공고 이건호 교사도 "이 드라마는 여선생님을 선생이 아닌 여자라는 이성으로 보도록 한다"며 "교실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사제간 애정행각을 다루는 드라마는 중단되어한다"고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교사들의 이같은 우려를 교총이 전달하자 정운현PD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한 장면만 보지말고 극의 전체 흐름을 읽어주기 바랍니다. 시청자는 현실과 드라마를 혼돈하지 않습니다. 주말극 '사랑해 당신을'(남선생과 여제자의 사랑이야기)은 괜찮고, '로망스'는 문제라는 시각이 오히려 편협한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