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뼈빠지게 일한 만큼 최소한 먹고살 수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궂은 일 다하는 노동자, 현장 생산 노동자들은 '자포자기'에 빠져 모든 희망을 잃고 있다. 이런 나라에 더 이상 미래는 없다”
이는 어느 한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다. IMF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미명아래 생산된 그들, 국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밥은커녕 화장실도 못 가면서 시급 기본급 2천5백10원에 하루 12시간 연장·야간근로를 하는 사람들의 한 맺힌 절규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나타난 임시 일용직의 비중변화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거의 절반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 사회에서 비정규직 이야기는 더 이상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주변을 보면 가까운 곳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나아가 취업전선에 있는 대학생들에게도 닥칠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는 특히 정리해고와 실업 속에서 임시직, 일용직으로 다시 채용되는 구조로 강화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면 노동자는 저임금과 정규직 이상의 노동 강도,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또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열악한 조건과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면서도 사회적 냉대뿐만 아니라 무능한 남편과 못난 아빠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계속되는 노동 유연화 정책의 추구로 비정규직은 확산될 것이며 죽을 만큼 힘들게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빈익빈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 근로자와의 차별이다.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여러 면을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차별과 손해를 감수하며 일한다. ‘비정규직노동자는 사람도 아닌가’라는 말이 한숨처럼 자주 나오는 것은 그만큼 불평등이 심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이고,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대우받고,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 그런 이야기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우리사회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계를 위협하는 살인적 노동조건과 차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목소리를 높이면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해버리기 일쑤다. 정부 또한 이런 중요한 현안을 제쳐두고 국회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기 일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을 잘라버리기만 한다.
국회에서 이런 소외계층을 위해 조금이라도 땀흘려 일해준다면, 그들의 겨울이 춥지만은 않을텐데 말이다. 그들에게 기본권보장이라는 따뜻한 옷을 입혀주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