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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내 탓이 더 큽니다.

'모든 사람은 앞과 뒤에 두 개의 지갑을 차고 다닙니다. 앞의 지갑은 이웃 사람들의 결점으로 가득 차 있고, 뒤의 지갑에는 자기 자신의 결점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글로 짧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세상살이는 이웃 사람들과 더불어 해야 제 맛이 납니다.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을 이해하고, 낳아서 길러주신 부모님과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의 은혜에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자신의 결점은 덮어둔 채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원망을 합니다.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교사가 있습니다. 그는 교사로 부임하며 모든 아이들을 예의 바르고, 남을 생각하고, 조금은 손해 볼 줄도 알고, 말보다 실천이 앞서도록 하겠다고 자신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교육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기적인 아이들을 보거나 교육을 걱정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는 모든 것이 자기 잘못이라며 자신을 탓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일부터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여겨야 합니다. 서로 자기 탓이라며 책임지려는 사회라야 건전하게 발전합니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겁니다. 추운 겨울날 주고받던 군밤이나 군고구마와 같이 따뜻한 정을 이웃에 전하면서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에서 희망을 찾는다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습니다.

위에 있는 글은 우리 학교의 문집(송정봉) 발간을 위해 십여일 전 문집 담당선생님에게 제출한 제 글입니다.

요즘 아마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만큼 큰 뉴스거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교육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여기 ‘바른생활’이라는 ID를 가진 한 고등학교 선생님의 글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파고들며 교육을 깊이 생각해보게 합니다. 초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저로서는 우리 교육에 아직 희망이 많다는 확신을 갖게 하고요.

국민 여러분!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혹시나 하면서도 설마 했던 일이 결국 대명천지에 드러났습니다.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으로 순수한 이상과 원대한 꿈을 꾸면서, 진실을 추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면서 미래의 이 나라를 이끌고 갈 동량지재들이 범죄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제자들이,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 민족의 미래들이 오늘 뉴스화면을 시커멓게 장식하면서, 얼굴을 가리운 채 호송차에 타고 있었습니다. 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차마 얼굴을 들고 뉴스 화면을 볼 수 없었습니다. 감히 제가 교탁 위에서 아이들을 향하여 무엇을 가르친단 말씀입니까? 저는 입만 열면 경쟁을 외치고, 손만 들면 점수를 잘 받는 법을 칠판에 썼습니다.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도 "괜찮아"를 반복하며,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주절거림으로 아이들을 몰아왔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또 한편으로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핑계로, 참으로 열심히 점수 따기 교육을 해왔습니다.

국민 여러분!
감히 누구에게 이 죄값을 돌리겠습니까?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양심을 가르치지 못하고, 진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잘못을 잘못이라 가르치지 못했던 이 형편없는 선생놈의 잘못입니다. 제도를 탓하지 않습니다. 시대를 탓하지 않습니다. 모두 사람의 잘못입니다.

사람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간판이 들어서 있고, 인격이 바로 서야 할 자리에 외모가 들어서 있고, 용기와 양심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특권과 물질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가를 따지지 못하고, 그 사람이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를 따졌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에게도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그 아이들의 학교에도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모두 이 못난 선생에게 던지십시오. 피 토하는 심정으로 무릎 꿇어 사죄드립니다.

~ 중략 ~
따뜻한 부모님 곁을 떠나 차디찬 세상의 창안에 갇혀 울고 있을 저 아이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잘못했습니다.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그럴 겁니다. 엄청난 이번 사태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그 중심에서 약간 비켜 서 있을 뿐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우리 모두는 공범자입니다. 컨닝을 하다 적발되면 즉각 퇴교조치를 하는 미국의 대학에서마저 우리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에게만은 컨닝을 한번은 용서해주는 준다는 얘기를 창피해 하기보다는 우스갯소리로 넘기는 세상살이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다 내 탓’이라고 자학하지 않아도 됩니다. '남의 탓 보다는 내 탓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우리 교육이 발전합니다. 그래야 영원히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교육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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