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제39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시상식과 함께 막을 내렸다. 지난해 부산대회보다 경기종목이 늘어나고 참가자 수도 많은 사상 최대 규모의 전국기능경기대회였다.
제39회 전국기능경기대회는 16개 시도 선수 1828명과 임원진 등 모두 7000여명이 참가했다. 투입된 예산이 70여 억원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주공업고등학교를 주 경기장으로 하는 바람에 학교가 새롭게 단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본교 수상은 장려상에 그치고 말았다. 전라북도가 6위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입상이지만, 도내 다른 공고와 견주면 그런 대로 봐줄 만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관례를 깨고 개막식엔 노동부장관도 아닌 차관만이 참석했다. 당초 방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노무현 대통령도 오지 않았다. 기능인 홀대요, 이공계 기피의 사회현상이 확인되는 듯 씁쓸함이 남은 대회였다.
#너무 변해버린 기능인 차별시대
이른바 ‘산업전사’라 불리며 전국기능경기대회 수상자들이 카퍼레이드까지 벌였던 예전에 비하면 너무 변해버린 기능인 차별의 시대라 아니 할 수 없다. ‘실업계도 변해야 산다!’라는 말이 절로 실감되기도 한다.
전주공업고등학교의 ‘인재육성프로그램’이 생겨난 것은 필유곡절인 셈이다. 인재육성프로그램은 글자 그대로 인재를 육성하려는 야심한 프로그램이다. 산파 역을 맡은 정수량교감은 동문이기도 한데 “기능인만을 양성하는 실업계학교 고유의 기능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되었다”며 인재육성프로그램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도입 배경을 들어보면 더 기가 막히다. 지난 2002년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해 서울대 지원 가능 이수단위로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그리고 재경동창회 송년 모임에 당시 권오춘교장과 정수량교감 등이 참석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중 어느 동문이 말했다. “3년간 200명에 달하는 결식후배에게 식사비용을 댔지만 감사 편지 한 장 못 받아 봤다”라는, 듣기에 따라선 낯이 화끈거리는 말이었다. 그 말에 여러 동문들이 공감을 표시했고 송년자리는 갑자기 모교 성토장이 되어 버렸다.
그런 갑론을박 끝에 임용순(1958, 건축)전 재경회장, 정석현(1969, 기계) 재경동창회원 등이 ‘인재육성’ 이야기를 꺼냈다. 우수한 학생을 집중적으로 확실히 키워 이 땅에서 최고 일류라는 서울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 제반 경비는 우리가 다 출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전부터 모교에 장학금 쾌척을 아끼지 않았던 유기정(1940, 가구) 심상희(1959, 토목)회장 등이 가세했고 이른바 ‘인재육성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인재육성프로그램은 중학교 3학년 학생을 선발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집안 형편은 어렵지만 인성이 바르고 성적도 양호한 학생을 스카웃, 본교 입학과 동시 재학중인 3년간 들어가는 일체의 비용을 대는 것이다.
선발대상은 연합고사 160점 이상, 내신성적 10%이내, 또는 국어 영어 수학성적 10% 이내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그렇게 선발된 학생은 학원교육비는 물론 기숙사(청솔관) 입주, 인터넷 강의 등 학습에 전념할 비용 전액을 지원해준다. 3년동안 대략 2400여 만원의 지원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에만 전념케하는 획기적인 프로젝트가 바로 인재육성 프로그램인 것이다.
#명문고로 발돋움할 교두보
그 비용 일체를 뜻있는 동문들이 지원해주고 있다. 우선 5개년 (2002-2006년)의 입학학생을 대상으로 하되 각 과별로 1인을 선정, 3년간 동문과 1대 1 결연을 맺어 중점 지원하고 있다. 현재 6명의 1, 2학년 학생이 6명의 동문과 결연을 맺어 인재육성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다.
모교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강한 동문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인재육성프로그램은 88년 전통에 빛나는 전주공업고등학교가 명문고로서 다시 발돋움할 수 있는 교두보인 셈이다. 권오춘 전 교장은 “1~2년 안에 서울대 입학생이 나오게 되면 적성과 상관없이 연합고사에 떨어질 학생이 가는 학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우수한 중학생들이 줄지어 입학하는 명문고로 거듭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침 새로 부임한 윤여병교장도 전임 권오춘교장처럼 폭넓은 공감과 함께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인재육성프로그램’의 성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학생은 사정상 신분을 밝힐 수 없지만 인재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동문은 임용순, 심상희, 김영구, 정석현, 이동근, 소재철 회장 등 6명이다. 간단하게 프로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재경동문회장을 지낸 임용순회장은 1958년 건축과를 졸업한 동문이다. 현재는 개인주택사업과 아파트 재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재경동문회장이었던 심상희회장은 1959년 토목과를 졸업(연대장 출신)한 동문이며 진달래공원묘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충남 보령의 무창포해수욕장(바닷길이 갈라지는 곳)에 ‘시사이드 관광호텔’을 개관, 성업중에 있다.
김영구 총동창회장은 1961년 건축과를 졸업한 동문이며 한나라당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또한 전북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장학제도를 마련하는 등 청소년을 위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재경동문회 부회장을 역임한 정석현동문은 1969년 건축과를 졸업했으며 석원산업주식회사의 회장이다. 발전설비와 가스누출탐지 센서 그리고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인 ‘수호천사’ 등을 개발, 보급하기도 했다. 불편(고통)을 참아낼 줄 아는 후배들을 길러달라고 부탁하면서 인재육성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동근회장은 71년 토목과를 졸업한 동문으로 현재 대동산업개발, 동현종합건설의 회장이다. “이제야 학창시절 장학금을 받았던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기쁘다”며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막내격인 소재철회장은 77년 방직과를 졸업한 동문으로 하동건설 및 장한종합건설회장이다. “인재육성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이외에도 유기정(1940년, 가구과 졸업) 동문은 매년 2천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해오고 있다. 임광춘(1959년, 토목과졸업) 동문은 지난 봄 불우 후배에게 써달라며 1천만원을 쾌척, 인재육성 프로그램 추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인재육성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해 교내외 추진팀을 운영하고 있다. 교내는 팀장인 정수량교감외 오창록(청솔관사감), 정병노(간사)선생님이, 교외 추진은 양경무(1971, 화공) 전북대 성형외과교수 등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