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부총리에 이기준 전 서울대총장이 임명됨으로써 7개월만에 교육계가 경악과 분노에 들떠 다시 시끄럽다. 여기서 7개월만이라고 한 것은 지난 해 6월 노무현 대통령이 실패한 교육부장관 출신인 지금의 이해찬 총리를 국무총리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 다시 시끄러운 것은 새 교육부총리의 나쁜 전력 때문이다. 전교조나 한국교총 뿐만이 아니다. 참여연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대표적 시민단체들까지 잇따라 성명을 발표, 임명을 철회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 교육부총리의 서울대총장시절 나쁜 전력은 여러 가지다. 판공비 과다지출, 금지된 사외이사 겸직, 장남의 이중국적 및 병역법 위반 등이 그것이다. 결국 그는 그 2002년 4월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서울대 총장직에서 불명예 도중하차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변호로 일관하고 있다. 흠은 있지만, 서울대 총장 사퇴로 그 대가는 이미 치뤘다는 것이다. 나아가 청와대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업무수행능력을 판단한 것"이라며 교육부총리 임명을 가정사실화 내지 정당화시키고 있다.
"그중에서 핵심은 대학개혁을 통한 교육경쟁력 강화가 매우 중요한 현단계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까 서울대 총장시절 보여준 대학개혁에 대한 강력한 추진력을 높이 사 흠은 있을망정 새 교육부총리로 발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사람에겐 누구나 흠이 있기 마련이다. 또 한번 잘못했다 해서 영원히 낙인을 찍는 것은 이 개인역량 발휘의 민주시대에 바람직스럽지 못한 편견일 수도 있다. 그것이 발군의 인재라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다. 전임 부총리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수능부정파문의 희생양으로 삼아 바꾼 것이 그렇다. 노무현 정부 출범 2년에 벌써 3번째 교육부총리 교체이다. 과거 국민의 정부 전철을 밟아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지금 시급히 풀어야 할 교육계 과제를 잘못 짚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당연히 '대학개혁을 통한 교육경쟁력 강화'는 글로벌 시대의 국가동량을 키우기 위해 기본적으로 할 일이지만, 그보다 앞서 해야 할 개혁은 따로 있다.
바로 어떤 대통령이나 교육부총리에도 요지부동인 입시지옥의 고교 현실이다. 자진사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새 교육부총리는 "대학입시에 매달리는 현행 교육풍토를 탈피해 대학이 외국의 인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지적이긴 하지만,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게 문제다. 도덕성 문제로 사퇴압력을 받는 교육부총리가 소신껏 그 일을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강력하게 밀어부친다해도 권위나 명령에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지 않은가?
절로 '그렇게 교육부총리 감이 없나'하는 자탄이 생기는 이유이다.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인물이 교육부총리를 맡아도 입시지옥의 고교현실을 타개할지 의구스럽다. 그만큼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진정으로 대학개혁을 통해 세계와 경쟁할 인재를 길러내려면 '공부하는 기계' 양산의 고교현실부터 타파해야 한다. 그런 교육부총리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