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맞이하여 여러 선생님들이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받아 신임지를 한바퀴 둘러보면서 학교에 대한 인상, 고치고 싶은 학교 모습 그리고 더불어 하고픈 일들이 머리를 스칠 것이다.
지난 해 수원을 떠나 화성의 한 농촌에 자리잡고 있는 청룡학교로 발령을 받아 학교를 둘러보며 나의 마음과 발길을 잡았던 것은 운동장 끝자락에서 학교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크고 늠름한 느티나무였다.
그 느티나무를 보면서 맑고 고운 꿈을 가꾸며 좀 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고, 더 많은 것을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주변엔 자연의 아름다움이 가득했고, 햇살은 그지없이 맑아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즐기고 싶었다.
풍성한 자연이 좋았던 나의 출발은 학교 옆 산의 아름다움과 맑은 공기와 함께 함이 더없이 즐거웠다. 우연히 찾은 학교 옆 산에서 찾아 낸 할미꽃 무리. 보송보송한 예쁜 털 빛 속에 가려져 고개 숙이고 있던 자줏빛 할미꽃, 가까이 들여다보니 발을 어느 곳에 두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여기저기 무리지어 피어있던 할미꽃들의 합창, 우리 모두 다칠세라 조심스레 발을 옮겨 내려오면서 소중한 자연을 체험하기도 했다.
학교가 온통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은행잎이 운동장 가득 펼쳐질 때면 운동장에 커다란 전지 한 장 가지고 나가서 파란 하늘아래 팔랑팔랑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아 붙여 보기도하고 손바닥에 노란 물감을 가득 묻혀 찍어도 보면서 웃음을 퍼뜨리던 기억들...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은 후 모래와 땅을 밟아보며 땅의 촉감과 숨결을 느껴보기로 했다. 처음엔 모두 어리벙벙한 표정과 우리가 1학년도 아닌데 왜 모래장난을 하냐는 듯 서로 쳐다보았지만 함께 맨발로 운동장도 뛰어보고 모래를 발가락 사이로 느끼면서 자연과 하나되는 신기하고 새로운 편안함을 느껴보기도 하였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이 모두가 주변에서 찾은 작은 ‘설렘’이주는 행복이다. '설렘'은 매일매일 날마다 똑같은 일상과 주변의 같은 사람들을 자그마한 흥분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어다.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세계가 어떤 색과 모양일지 모르지만 '작은 설렘'으로 행복하게 채색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