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 (토)

  • 구름조금동두천 9.8℃
  • 구름많음강릉 6.8℃
  • 맑음서울 10.3℃
  • 맑음대전 10.0℃
  • 맑음대구 10.0℃
  • 구름조금울산 9.5℃
  • 맑음광주 10.5℃
  • 맑음부산 11.7℃
  • 맑음고창 8.7℃
  • 흐림제주 11.8℃
  • 맑음강화 7.1℃
  • 맑음보은 10.1℃
  • 맑음금산 9.3℃
  • 맑음강진군 11.1℃
  • 구름조금경주시 8.3℃
  • 구름많음거제 12.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e-리포트(미분류)

철새는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매년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교직 사회의 인사이동. 여기서 느끼곤 하는 인간 희비를 경험할 때마다 복싱 경기의 4각 링을 연상하게 한다. 한쪽에서는 기쁨의 웃음을 쏟아내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슬픔과 비애를 맛보게 한다.

인간사 어느 집단이고 세일즈맨들이 경험하는 공통된 양상이지만 떠나가고 난 사람은 복싱 경기의 패자처럼 명쾌하게 승복하는 일은 드물다. 해마다 연말이면 날아오는 철새가 이 희비에 비유되는 것은 새가 남기고 간 뒷자리와 너무나 비교되기 때문이다.

철새는 제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한철을 그곳에서 먹이를 찾아 배를 채우고 봄이면 날아가 새끼를 낳는다. 철새가 날아가는 곳은 항상 많은 먹이가 있는 곳이다. 그러기에 새는 많은 생물들을 먹어 생태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먹이는 다시 배설되어 그곳 미생물 번식의 원천이 되고, 식물들의 밑거름이 되어 새와 자연은 공생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처럼 인간은 자연의 질서를 보고 삶의 순리를 배워야 한다. 교직 사회의 인사철이 되면 철새처럼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곤 할 때가 철새가 남기고 간 뒷자리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교육자의 윤리강령에 교사는 겨레의 사표로서 모범이 되어야 하고, 정직과 봉사로써 교사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고, 지역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교육가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진실한 교직자로서의 역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아무리 일부 교사가 부패되었다 타락되었다 하여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교사 자신이 타락과 부패라는 용어를 자신의 내면에 감히 담지 않는 한 그 교사는 교사의 윤리 강령을 지키고 실천하는 사람일 것이다.

한 사람의 진실한 교사가 차지하고 있는 주변은 타교사에게 새로운 감동을 불러 일으켜 교직 풍토를 바꾸어 가는 도미노 이론을 창조하곤 한다. 이것은 철새가 날아간 뒷자리에 무성한 수풀이 봄에는 자라나고 남아있는 미생물들에게는 생기를 불러일으켜 주변의 아름다움이 더욱 덧나게 하는 것과 같다.

국공립 교사는 3년이면 한 학교에서 의무 기간을 다 채워 자기가 가고자 하는 학교에 내신을 낼 수가 있다. 아니 3년이 아니 되어도 철새처럼 날아갈 수도 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도, 현재의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당했을 때도, 인사에 불만이 있을 때도 그는 떠나가고 만다. 나도 한 사람의 철새라면 철새와 같다.

그러나 교육계의 나이로 접어듦에 따라 나의 뒷모습을 돌이켜 보니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학생을 가르침에 진실로 게으름은 없었는가. 한 학생, 한 학생에게 무엇을 심어주어 그들이 먼 훗날 나의 이름 석 자를 아름답게 기억해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스스로 자문해 보았는가. 나의 명예를 위해서 학생들의 입장을 외면한 채 나만의 욕망을 찾아 가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많고 많은 교사 중에서 궂은 일 싫은 일을 앞장서서 진실된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는가 하는 등등이 상념으로 떠오를 때 문뜩 한 마리의 철새는 나로 하여금 깨달음을 불러일으키게 하곤 한다. 그러기에 한 해를 뒤돌아보는 인사철이 되면 자신이 타인을 타인은 나를 돌이켜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한 점의 점수라도 더 빨리 획득하여 교감이나 되고 교장이나 되려고 길을 달려가는 속에서 이것도 저것도 모르고 나를 그래도 진실한 교사라고 뒤따라오면서 선생님 선생님 불러 주는 그들의 목소리가 왠지 죄를 지은 죄인을 붙들기 위해 쫒아오는 경관의 소리로 들리는 것은 그들을 위해 못 다한 자신의 자화상은 아닐는지.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면서 교육계에 밀려오는 불합리한 요소들을 썰물처럼 밀어내고 교직풍토가 존경받는 집단으로 돌라설 것인지. 최근에 일어난 일진회 사건은 학내 학생 지도에 대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게 한다. 학내에 경찰이 상주해야 할 정도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한국의 교육풍토가 서구의 과학물질주의 교육에 힘입어 그들이 해 온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인 아닌지. 교사와 학생의 거리가 멀어진지는 이미 오래되었다고 그것을 당연시 여기는 풍토 그 자체가 바로 교육에 새로운 비전을 외면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교육은 한 사회의 전통을 지켜가는 마지막 보루다. 그러기에 현대 사회의 빠른 흐름에도 한 나라의 문화적 관습을 잇고 이어서 길이 후손에 물려주고자 하는 것이 학교의 책무이기도 하다. 교사가 철새처럼 한 학교에서의 근무기간인 3년조차도 채우지 못하고 수시로 떠나는 현실에서 일진회와 같은 사건의 모습을 연상해 보는 것도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봉사, 성직으로서의 교직의 역할 등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보게 한다.

사람을 끌어 들이는 방법에는 지력(智力)과 심력(心力)이 있다. 지력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려는 것도 심력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려는 것도 모두 한 단체의 1년간의 목표를 아니 그 집단의 영원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쓰고자 하는데 있다. 그러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사람이 자기 주변에 있는 것을 포용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자신이 그 사람으로부터 배척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화합과 화해의 바탕에서 지력과 심력의 공존이 필요한 것은 한 집단의 이질감을 또 갈등을 최소화 하자는 데 있다. 어느 집단이고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갈등이 집단의 단결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때로는 집단의 진보를 이루어 가는 데 새로운 촉진제가 된다. 그러기에 집단을 이끌어 가는 데는 다수의 조화가 필요하다.

다만 조화되지 못한 이를 조화의 틀로 이끌어 들이는 데는 지도력도 필요하지만 그 집단내의 환경이 그를 그곳에 오래 머물게 하는 여건 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인사는 모두의 생각이 조화되는 곳에는 언제나 화해의 웃음이 늘 만연해져 그 집단의 일을 이루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