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행사라면, 지구촌 최대의 영화 행사로는 칸 영화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축구 대표팀이 32개국에 주워지는 본선행 티켓을 노린다면, 전 세계 모든 영화인들은 22편만이 초청 받는 칸 경쟁부문 진출을 꿈꿉니다.
지난달 열린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22편의 영화에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우리나라가 속했던 월드컵 예선 D조의 네 나라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폴란드에서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출품되었고, 미국에서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 알렉산더 페인의 '슈미트에 대하여',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 등 세 편이 경쟁부문에 올랐으며 한국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포르투갈에서는 마뇰 드 올리베이라 감독의 '불확정성의 원리'가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축구처럼 직접 대결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이들 영화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결과, 로만 폴란스키가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임권택 감독과 폴 토마스 앤더슨이 감독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폴란드 팀은 칸의 영광과는 달리 월드컵에서는 예선 탈락했지만 한국과 미국은 칸 공동 수상에 이어 월드컵에서도 나란히 16강에 진출(아니 8강까지)했습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은? 포르투갈 팀이 우승 후보로 꼽혔던 것처럼 마뇰 올리베이라 감독 역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만 5번이나 오른 강력한 수상 후보 중 한 명이었지만 이번 칸에서는 수상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포르투갈의 월드컵 예선탈락을 예고라도 하듯 말입니다. 하지만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은 우리 모두 알고있듯 황금종려상, 심사위원 대상에 이어 3등상에 해당하는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칸의 예언대로라면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도…? 결과는 두고볼 일입니다 만은 아무튼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