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이 낀 이틀 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금요일 오후부터 일부 고속도로는 주말과 연휴 나들이 객으로 곳곳이 정체되고 있다고 하였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 뭇 사람들의 말을 비아냥거리기라도 하듯 연휴가 시작되면 차를 끌고 고속도로로 쏟아져 나온다.
현충일 아침 8시, 자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 녀석을 깨워 국기를 달게 하였다. 그리고 나는 세면을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 녀석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모르는 듯 평소처럼 국기를 게양해 둔 것이었다. 할 수없이 나는 국기를 가져와 조기(弔旗)로 달아 게양을 하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녀석이 민망한 듯 계속해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현관문을 열자 제일 먼저 눈에 띤 것은 확 트인 아파트 주차장이었다. 평일에는 주차 전쟁을 벌여야만 이 곳이 오늘은 자동차 몇 대만 주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시간대로 보아 모두가 하루 전에 어디론가 떠난 듯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이 현충일인데도 불구하고 국기를 게양한 집이 몇 집뿐이었다.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순국선열에 대한 넋을 기르기 위한 현충일이 단지 노는 날로 인식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오전 10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있었다. 아파트 공터에서 놀고있는 몇 명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놀던 것을 멈추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듯 사이렌 소리가 끝날 때까지 묵념을 하였다. 그런데 진작 모범을 보여할 어른들은 마치 무슨 일이 났다는 듯 볼멘 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였다.
제 50회 현충일에 즈음하여 조국을 위해 숨져간 순국 선열들이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태를 보고 지하에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자성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