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그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온 천지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움찔거렸고, 모르는 사람들이 열렬한 사랑이라도 하듯 서로 껴안았습니다. 골든 골을 넣은 안정환은 너무나도 큰 기쁨에 잠시 기절이라도 한 것처럼 그라운드에 그대로 누워있었습니다. 차두리는 둥글게 모여 선 선수단 가운데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이천수는 상모놀이를 하듯 유니폼을 흔들었습니다. 경기는 끝났어도 스탠드의 붉은 악마들은 응원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은 ‘열 두번째 선수’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인천에서의 단체 다이빙 세리머니를 재현했습니다. 여기저기서 폭죽이 계속 터져 나왔습니다. 폴란드와 포르투갈을 넘어 이탈리아까지…. 태극전사들은 선배와 후배들이 보내는 '필승'의 텔레파시를 받았을까요. "학연을 들추어낸다고 비웃어도 상관없다. 내가 그의 선배라는 사실이, 내가 그의 후배임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말하는 그들. 8강을 확정짓던 18일. 모교를 중심으로 벌어진 열띤 응원의 함성을 모았습니다.
청주 대성고 이운재를 믿는다! 교사 30명 붉은 옷 입고 수업 ○…한국팀 골키퍼 이운재 선수의 모교 청주 대성고(전 청주상고). 18일 대성고 교사 30여명은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수업을 했다. 이 학교 교사 70명 전원은 지난 4일 한국팀이 폴란드전에서 승리하자 붉은악마 유니폼을 공동구매, 학교측은 한국전이 열리는 날에는 교사들이 이 유니폼을 입고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 상당수도 붉은악마 유니폼 등 붉은색 옷을 입고 등교, 이탈리아 경기에 대한 전망과 이운재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하루종일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박원규 교감은 "이 선수가 선발 출전해 8강 진출의 선봉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학생들도 붉은 옷을 입고 등교, 이탈리아 경기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하루종일 들뜬 분위기였으며 오후 6시 수업이 끝나자 삼삼오오 청주 롤러스케이트장 등으로 몰려가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강릉 제일고 역시 설기현! 우리 선배가 꼭 해낼 줄 알았다 ○…종료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설기현 선수를 배출한 강릉 제일고(구 강릉상고). 이 학교 축구부 최영남(19·3년)주장은 "투지 넘치는 우리 선배가 꼭 해낼 줄 알았다"며 "설기현, 이을용 선배처럼 국가대표가 돼 대한민국을 빛내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제일고 권오철 교장은 "경기가 늦게 열려 학교운동장에서 응원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우리 학교 출신 설기현이 일을 저질렀다"며 "반드시 해낼 줄 알았다"며 대견스러워 했다.
아주대학교 반지의 제왕, 안정환! 아주리를 물리친 아주인 만세! ○…미국전 동점골 이후 안정환 선수의 활약상을 담은 사진 등을 내건 ‘안정환 강의실’을 마련할 계획을 발표했던 '테리우스' 안정환의 모교인 수원 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에 모인 4000여명의 재학생들은 안정환의 골든골이 터지자 "반지의 제왕, 안정환"을 체육관이 떠나갈 듯 연호했다.
학생들은 지난 16강 진출 때에 이어 다시 한번 학교 밖 아주대 거리로 뛰쳐나가 태극기를 단 차량을 몰고 경적을 울려댔고 "오∼필승 코리아"와 "아주리를 물리친 아주인 만세!"를 목청껏 외쳤다.
인천 부평고 김남일 이천수 최태욱 출신교, '선배 특수' 톡톡히 누려 ○…인천 부평고 정문에는 김남일 이천수 최태욱 등 '부평고 트리오'를 응원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월드컵 전후로 '선배 특수'를 톡톡히 누린 대표적인 곳이 바로 부평고. TV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선정돼 축구부 기숙사가 현대식 건물로 새 단장됐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터뷰 요청이 잇따르고 있으며 축구부 홈페이지에는 부평고 입문을 원하는 학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재학생과 동문들은 이 날도 운동장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동문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수원공고 유럽킬러, 박지성 선전모습 대형 캔버스에 그려 걸어 ○…대표팀 막내로 유럽 킬러인 박지성 선수의 모교인 수원공고에서는 강당에 대형멀티비전을 설치, 응원전을 벌였다. 선배들이 학교와 수원지역 곳곳에 붙여놓은 '아름다운 청년 박지성' 이라는 플래카드와 민학기 교사(미술)가 강당에 그려 걸은 박지성 선수의 선전모습을 담은 대형 캔버스는 학생들의 응원열기를 돋우었다. 모교출신 유용현 교사는 "지성이의 성실함과 뚝심이 오늘도 빛을 발할 것을 믿는다"며 학생들과 함께 응원의 함성을 높였다.
안용중 박지성 선수배출, 축구부 되살리자! 도교육청 지원약속 ○…경기도 화성시 안용중. 지난 3월 재정난으로 축구부가 해체된 뒤라 운동장에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 주민 1000여명과 함께 한국팀과 박지성 선수를 응원하는 동문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학교를 찾는 주민들에게 붉은 티셔츠를 나눠주는 등 응원 붐을 조성한 안용중 축구부 출신인 화성시 축구협회 김용하(金容河·43) 회장은 “오늘 응원전은 학교 축구부를 살리려는 노력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반드시 축구부를 되살려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윤옥기(尹玉基) 경기도교육감은 19일 안용중을 방문, 5000만원을 지원해 우수 지도자를 감독으로 영입하고 선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합숙시설 등 시설확충에 필요한 예산을 추가로 배정키 약속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안용중 외에도 안양중·안양공고·수원공고 등 경기도 축구명문 중·고교에 5000만원씩 축구부 육성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건국대 황선홍 이영표 유상철 선전에 열광 ○…건국대 역시 대운동장에 전광판을 설치하고 동문들의 활약에 숨죽였다. "비록 경기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설기현 선수의 동점골은 황선홍 선배의 욕심내지 않는 어시스트의 결과였으며, 안정환 선수의 골든골은 이영표 선배가 만든 작품"이라며 운동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민족 건대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