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유능한 사람이란 장사를 잘 하기만 하면 된다. 장사꾼 집단에서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매상이 오르지 않는 것은 칭찬 받을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학교가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라 시험문제만을 풀이해주는 곳이라면 유능한 교사는 어떤 교사일까? 일류대학에 많이 입학시키거나 경시대회에 상위 입상시키는 것이 유능한 교사로 인정받는 현 상황에서의 교사평가라면 시험문제를 잘 풀이하는 교사가 유능한 교육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이 짧은 시일에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교육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말없이 사랑을 실천하며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교사보다 흔히 박학다식한 실력으로 아이들에게 많은 지식을 전달해 주는 사람을 유능한 교사라고 할지 모른다. 아니면 겉으로 드러나는 연구 실적이나 각종 대회에 참가해 점수 모으기를 잘 하는 사람이 유능한 교사로 평가될 수도 있는 사회다.
교직사회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된 부적격 교원 대책과는 별개로 교사의 수업평가 문제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안의 골자는 교사가 학기당 1회 이상 수업공개를 하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른바 5자 다면평가(교장, 교감, 학부모, 동료교사, 학생)를 통하여 평가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기당 1회 이상이라면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매일 한 명 정도씩 평가를 위한 수업을 공개해야 하니 1년 내내 학교는 수업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판국이 돼야 한다. 퇴출에 영향을 주거나 학부모에게 까지 공개되는 막중한(?) 수업이라는데 분위기가 어떨까.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 교사의 업무는 수업업무 외에 담임업무, 생활지도업무, 교육연구 및 담당업무(교무, 연구, 학생, 진로상담 등)가 있는데, 수업업무를 평가하려면 우선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하는 문제가 있으며, 이 제도는 실제로 교육 현장의 상황을 바로 알지 못하는 이들의 판단으로써 이는 교사의 소신 있는 교육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만약 교육부가 현 상황에서 섣불리 교사의 수업평가와 학교평가를 시도한다면 학교는 학원화 될 게 뻔하다. 학벌이 사람의 가치까지 좌우하는 사회에서 일류대학 입학생 수나 성적의 우열로 학교와 교사를 줄 세우겠다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기존의 근무평가 제도도 합리성과 투명성이 제고되지 못하여 교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과연 합리적이고 투명한 수업평가가 가능할까 의문이다. 섣불리 또 다른 평가 제도를 졸속 시행하고, 이 평가 자료를 교사들의 고과나 급여 등 인사에는 반영치 않고 자기계발 통보용 자료로만 쓰겠다니 이를 그대로 믿을 교원은 없을 뿐만 아니라 곧 교원 구조 조정의 단초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우며 설령 약속을 제대로 지킨다면 이는 또 하나마나 한 제도가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