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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논술고사'의 '본고사' 논란을 보면서

대학입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본고사다, 아니다’로 한창 논란이 뜨거워지더니 이번에는 교육부에서 “논술고사 심의기구 신설”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내용인즉, 해마다 대학입학 전형이 끝난 뒤 대학별 논술고사가 본고사인지를 심의하는 기구를 만들어 본고사라는 판정을 받으면 행정적 재정적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14일 최근 서울대의 본고사 부활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논술고사 심의체제를 만들어 논술고사가 본고사로 변질되지 않도록 엄정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리포터는 처음 이 논란이 불거질 때 관련법인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살펴본 적이 있다.

시행령 제35조를 보면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나와 있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대학의 장이 논술고사외의 필답고사를 시행하는 경우, 이의 시정을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 시정요구를 받은 대학이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재원의 지원·보조의 삭감. 실험실습비·연구조성비 또는 장학금의 지급중단 등 필요한 재정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대학의 통합 논술의 구체적 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 논술이 본고사임이 확실하다는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논술이 본고사 형태가 아니라는 대학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입시안이 잘 되었다’는 교육부의 평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의 ‘나쁜 뉴스’ 말 한마디에 ‘초동진압’이니 ‘전면전’이니 하면서 나서는 청와대와 여당의 기세등등한 모습과 교육부의 눈치보기 행태를 보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여당의 무조건적인 충성 경쟁은 참여 정부도 별 수 없구나’, ‘심사숙고 없이 행동하고 시행착오를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아마추어 정부는 어쩔 수 없어’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는 건데, 국민의 수준이 그것밖에 안되니…'하며 다시금 체념하고 마는 것이다. 이번의 담화문 내용도 기사화되어 뉴스가 되고 교육부가 마치 새로운 해결안을 만들어 그 무엇을 하는 것처럼 수선과 법석,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다.

이번 보도를 보면서 느낀 점은 ‘하도 오락가락하니 이제 국가의 영(令)이 서지 않는구나’, ‘국정 운영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된다는 것은 말뿐이었구나’, ‘교육부장관과 대학이 따로 돌아가고 있구나’이다. 더 간단히 말하면 ‘엉터리 정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구나’, ‘오죽 영이 안서면 장관이 법을 확인시키고 있나’ 그리고 '얼마나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이 통하지 않았으면 청와대와 여당, 교육부가 총출동하여 대학 뭉개기에 총력을 다할까'이다. 그것도 논리적 근거를 대지 못하고 대통령과 맞장구를 치며 충동적, 감성적, 선동적 발언으로.

대통령이 출발부터 평검사와 맞장이나 뜨고 언론과 재벌을 적대시 하고….정당한 부(富)의 소유를 마치 죄악인 양 사회분위기를 몰아 국민을 분열시키고…. 평등과 분배에 국정의 촛점을 맞추어 고교평준화도 성에 차지 않아 대학평준화(?)까지 기도를 하고…. 국정 실패의 책임을 '내탓'이 아닌 '여소야대'로 규정하여 '연정'을 이슈화하고…. 국민은 '연정'에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교육분야를 보자. 대통령의 교육홀대, 냉대, 천대, 무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오죽 못났으면 대통령과 장관이 총장 하나 이해시키지 못하고 어색한 관계, 꼴불견의 모습을 계속 연출할까? 대통령과 대학 총장이 억지로 악수하는 표정은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을 그대로 말해 준다. 대통령과 장관, 국립대 총장 사이라면 대립 관계가 아닌 우호적인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대통령이라는 것이 스스로 낯 뜨거웠다면 경제와 민생고를 살펴야 할텐데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가 국민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상황을 대통령은 아는지? 교육은 포기한 지 이미 오래 되었지만서도.

정부가 규제를 하면 할수록 국가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국정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대학 규제도 마찬가지다. 일일이 간섭하다 보면 대학의 입지가 자꾸만 좁아진다. 이렇게 가다간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대학 나오기 어렵다. 세계화의 물결에서 떠밀려 나가는 건 당연하다. 특정 대학을 두둔하고자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잘못된 교육평등주의와 지도자의 '운동권적 교육관'이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면 성급한 판단일까. 요즘 벌어지고 있는 본고사에 대한 정부와 대학간의 갈등, 이로 야기되는 사회 혼란의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성숙을 위한 진통도 물론 아닌 것 같기에 리포터는 우울하기만 하다.

며칠전 모임에서 가까이 지내는 모교감의 말이 떠오른다.

"교감 선생님, 그런데 앞으로도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았네요. 왜 이렇게 세월이 늦게 흘러가죠."

웃으며 흘려 들을 말이 아니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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