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간신문 사이에 끼워진 광고전단을 보았다. 두툼한 것이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지만 ‘혹시나 교육과 관계되는 것은?’하고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직업은 못 속인다고 하지 않던가?
그 결과, ‘최고의 교육이 최고의 인재를 키웁니다’(학원 광고), ‘올 여름엔 00로 유학 보내세요’(어학원 광고), ‘여름방학 특강 대모집’(학원 광고), ‘지금 전국은 독서 열풍! 논술 강풍!! 서술형 태풍!!!’(학원 광고), ‘논술의 기초는 독서, 독서 기술이 논리속독이다“(학원 광고),’미래를 보는 가장 체계화된 커리큘럼‘(어학원 광고), ‘신화창조, 중고등부 단과학원’(학원 광고), ‘보통 아이 영재독서로 학습영재 키운다’(학원 광고), ‘최강의 강사진이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학원 광고), ‘독서왕이 곧 논술왕’(학원 광고) 등 교육과 관련된 것만 10개다. 좀더 분석해 보면, 입시 학원 4개, 독서논술학원 4개, 어학원 2개이다.
2008학년도부터 대학입시가 바뀐다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학원가에서 발빠른 대응으로 방학 중 학원생 모으기에 바쁘다. 더욱이 정부와 대학 간 ‘논술고사의 본고사 여부’ 논란으로 국민들은 불안해하는데 이런 심리를 학원에서는 놓치지 않고 광고 전단을 뿌리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연합뉴스 7월 15일자 보도(한교닷컴에서도 인용보도)에 의하면 전국 고교가 대입논술교육 '비상'에 돌입, 구체적 교육방안 마련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음을 아래와 같이 보도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의 2008학년도 신입생 선발방침이 발표된 이후 대입 논술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전국 일선 고등학교에서 논술교육방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상당수 학교에서 구체적인 통합형 논술교육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도시지역에 비해 농어촌지역은 상대적으로 논술교육에서 소외받을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략-
서울과 대구, 광주와 전남, 경남, 경기지역의 앞서가는 학교에서는 학교 나름대로 논술반 운영, 새내기 교사들의 논술 지도교사화, 국어과 교사 전원 투입, 타교과에서도 토론식 또는 회의식 수업, 방과후 국어과 쓰기 교육 등 보충수업 형태로 집중 지도, 외부 강사를 초빙한 논술 특강, 보충학습 형태의 논술수업, 교양논술 위주의 수업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교육청의 계획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 논술 및 구술 심층면접 지도 강화방안의 하나로 심층면접․논술지도 교사 60명을 대상으로 '지도자과정 연수'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연수목적은 교사가 학생들을 다양하게 가르쳐 인격적, 논리적으로 성숙한 구술면접의 매너를 시험장에서 드러낼 수 있도록 지도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농촌지역에서는 논술교육 계획이 거의 없어 상위권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적절한 교육대책이 없어 담임교사와 국어과 교사들이 농어촌 특별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개별지도를 계획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니 안타깝다.
일선 교사들은 "교사가 논술수업 1회 준비를 위해 평균 5시간 정도를 준비하고 수업 이후 한 학생의 논술지도를 첨삭 지도하는데 30분씩 걸린다"며 "이런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논술교육을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본고사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학생선발에 있어 논술만한 대안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선 교사들부터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 학생들이 심층면접과 논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수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인용 보도하였다.
리포터가 근무하는 중학교에서는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방학기간 중 신문토론반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신문기사 읽고 분석하기, 요약 발표하기, 자기 생각 덧붙여 말하기, 기사와 실생활과 관련지어 말하기, 기사 취재 및 작성하기 등 논술의 전단계인 기초과정이 이루어지는데 참가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크다.
흔히들 공무원들을 철밥통에 비유한다. 무사안일(?)하게 지내도 보수가 꼬박꼬박 나오니 이를 꼬집은 말이다. 특히, 교직은 사회변화에 무디다고 한다. 교직문화가 보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곱씹어 보면 칭찬의 말은 아닌 것이다.
2008학년도 입시에 대처하는 것을 보니 공교육,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통합교과형 논술에 맞추어 교원연수, 교사들 교과 동아리 연수 등 다각도의 지도 대책이 미흡하다고 본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 학교가 유기적으로,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에 일임하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농촌 지역은 교사의 사명감에만 매달려 학생들을 내맡기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가 된다.
우리나라 공교육 교사진, 막강하다고 본다. 교육부에 묻고 싶다. “이 우수한 인적자원을 방학 중에 그대로 둘 것인지?” 그리고 교사에게 말하고 싶다. “이 방학을 교과 전문성 재충전의 기회로 삼음은 물론 학생들과 함께 땀을 흘리면서 교사의 보람을 찾고 싶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