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초빙교장은 교장자격증이 필요하지만 새로 도입하려는 공모형 초빙교장은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장 임용이 가능한 CEO형 교장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9월부터 CEO형 교장을 포함한 교원 승진정책 개선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려고 하는 것 같다. 교원들의 휴가와 방학이 끝나는 8월 말까지 제도화 작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등장이 예고되고 있는 CEO형(공모) 교장이라는 말부터 거부감을 준다.
현재 교장은 CEO가 아니고 무엇이며, CEO 형 교장은 어디에서 어떻게 양성되고 있으며, 교육경력도 없고 자격증이 없어도 초중고 교장으로 곧바로 일을 맡기겠다는 생각에서부터 虛點이 있다고 본다. 수련의 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의사에게 수술을 해야 할 중환자를 맡기겠다는 것과 같은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처음 교단에 서면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초롱초롱한 많은 눈동자가 주시하면 어디에다 눈길을 둘지 몰라 허공을 바라보면서 수업을 한 경험이 교원들에게는 있다. 교육경력 10년은 되어야 아이들 하나하나가 이해되며 제대로 보인다고 한다. 교육경력 20년이 되어야만 아이들의 말과 표정만 읽고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한다고 한다. 30여년이 되면 복도만 지나가도 교실에서 어떤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지 감지가 되는 것이다. 즉 오랜 경력을 쌓아야 학생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전문직이고 풍부한 교육경험이 요구되는 것이다.
“잘 못된 교육은 하지 않는 것만 못 하다”라는 말이 있다. 옆에서 바라보면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변화무쌍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학생을 교육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이 문제가 생기고 완전무결하지 못해 각종 시행착오가 일어나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본다. 교장은 학교경영(시설, 인사, 재정운영 등)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교육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 CEO이다.
학교는 생산과 소득을 높여 업적을 쌓는 일반 회사나 기업체 또는 공공기관과는 너무나 다른 곳이다. 가시적인 변화가 금방 몇 년 안에 나타나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소질을 찾아 계발시켜주며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감화를 주어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를 주는 교육활동은 아주 중요하고 작게 보면 학생하나 하나의 일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요, 크게 보면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막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敎育首長도 비전문가인 데다가 이제 학생들에게 매일 얼굴을 대하고 존경의 대상으로 학교를 맡아서 이끌어 가게 될 학교장을 교육 경력도 없고 자격증도 없는 비전문가에게 학교와 학생을 맡긴다는 발상은 신선한 생각이 아니라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학교장이 부러워 탐을 내는 사람들이 교육계 안팎에 꽤나 있는가 보다.
가까운 일본에서 은행을 잘 경영하여 우수한 사업 실적을 올린 금융경영CEO를 초등학교 교장 공모형으로 초빙하여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까지 겹쳐 결국엔 자살한 사건을 지면을 통해 읽은 적이 있다. 훌륭한 CEO 한 명을 잃은 아픔보다 시행착오로 심리적인 방황을 했을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무엇으로 보상해 준단 말인가?
교장의 자리와 역할은 매우중요하다. 경찰이나 군인도 그 일을 오랫동안 경험한 사람이 단위 기관을 책임지는 것처럼 학생을 가르쳐 보지 않고 관리 경험이 없는 사람이 CEO교장이라는 이름으로 앉아 있는다고 교육에 과연 새바람이 일어날까? 교원정년단축으로 부족한 초등교원을 채우기 위해 명퇴금까지 주어 내보낸 교원을 다시 신규교사로 채용하는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중한 판단이 요망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