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마지막 수업 종소리가 나자마자 주머니 안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하였다. 모니터 위의 전화번호가 낯설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나왔다.
“선생님, 저 어떡해요. 시험 망쳤어요.”
그 전화는 다름 아닌 오늘 오전에 있을 수시 모집 전형을 위해 어제 서울로 상경한 우리 반 모 여학생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사실 나는 하루 종일 그 학생이 시험을 어떻게 보았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신경이 곤두 서 있던 상태였다. 그 여학생은 묻기도 전에 자신이 본 시험 결과를 먼저 말해주어 내가 다음 말을 하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그 여학생은 무려 200문제나 되는 전형 문제를 자신감 있게 거의 다 풀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답을 답안지에 옮기는데 시간이 부족하여 반도 못 적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울먹였다. 더군다나 그 여학생은 지원한 여러 대학 중에 그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남달랐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과외학습을 받는 등의 열의를 보이기도 하였다. 만에 하나라도 그 여학생이 그것으로 인해 낙방이라도 하게 되면 그 대학에 대한 미련을 당분간 떨쳐버리기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였다. 할 수 없이 전화상으로 여학생에게 짧은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OO아, 괜찮아.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마라. 아무튼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조심해서 내려오렴. 내일 학교에서 웃으면서 보자.”
이제 앞으로 학생들은 계속해서 수시 모집 전형을 보기 위해 대장정의 길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결과에 따라 희비가 교차되리라 본다. 모든 학생들이 수시 모집에 합격을 하면 다행이지만 불합격을 한 학생들은 그 후유증이 오래 가리라 본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그 충격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보는 날(2005. 11. 23)까지 가는 학생도 더러 있다.
따라서 선생님은 학생들이 수시 모집 합격통지서를 받고 난 뒤에도 학생들의 추수지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러 대학에 복수 합격한 학생들에게는 본인의 적성과 학과의 장래성을 고려한 대학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고, 본인이 지원한 모든 대학에 불합격한 학생들에게는 좌절하지 않도록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줄 수 있는 격려와 위로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