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다. 날씨가 더운 탓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원 수강을 받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 평균 다니는 학원 수도 2~3곳(컴퓨터, 영어, 수학, 논술 등) 이상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에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방학을 이용하여 자신의 특기를 신장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건 이해가 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국,영,수 위주의 수업을 받기 위해 학원을 선택한다는 사실에 의아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 또한 2학기 때 배울 내용을 선수 학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있어 방학은 정말이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무조건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닦달하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어떤 아이는 너무 지나친 부모의 잔소리 때문에 가출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조종당하는 로봇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방학을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해보고 싶은 것, 꼭 가보고 싶은 곳 등의 설문을 받아 이번 여름 방학 때 아이들이 기억에 남을 만한 것 하나 정도는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부모가 조금만 시간을 할애하여 인터넷을 이용한 전국 각 지방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체험학습 하나를 정해 경험케 해주는 것도 하나의 산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개학을 하여 체험학습 보고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약 4주간의 방학동안 단 한 번의 체험학습이 없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앞선다고 하였다. 물론 가정 환경이 각자 달라 애로사항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시행될 주 5일제 수업을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해 부모들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경제적인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찾아보면 아이들에게 유익한 체험학습의 장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작은 관심이라고 본다. 아이들이 제일 탈선을 많이 하는 시기가 방학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가정에서의 부모의 역할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평소 부모와 아이들과의 벽이 생기는 이유 중의 하나가 대화의 단절이라고 생각한다. 학기 중, 시간이 부족하여 아이들과 나누지 못한 대화를 방학을 이용하여 나누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이 되어 서로를 생각하다 보면 그 벽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될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는 대화를 하다보면 마냥 철부지로만 여겨 온 아이가 어느새 무척이나 커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될 지도 모른다.
방학 동안 아이들은 불규칙적인 생활로 자칫 잘못하면 생활의 리듬을 잃게 될지 모른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막연한 계획을 제시해 주기보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계획을 세워 실천해 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실천사항을 점검해 주고 실천하지 못한 사항에 대해서는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렇듯 아이들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이 짧은 방학을 통해 적게나마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