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이지만 학교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고 지낸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출근을 한다고 딱히 이야기하기가 어렵긴 해도 뭔가 할 일이 꾸준히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의 일이다. 다른 때보다는 좀 늦은 시간(대략 10시 쯤이었던것 같다)에 버스를 바꾸어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있을 때였다. 30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한 명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요즈음에 길가다 보면 보험을 들으라느니 설문조사를 한다느니 하면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또 그런 류의 이야기 일 것으로 생각했다. "저 혹시 물리 선생님 아니세요?", "아니 물리가 아니고 그냥 과학 선생님은 맞는데, 왜 그러시나요?" ,"그럼 혹시 남서울 중학교에 근무하신적 있으시죠?"
약간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가만히 그 여자의 얼굴을 보았더니 왠지 낯익은 얼굴이었다. 순간, 맞아. "박.....?" 성만 생각나고 이름 두자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맞아요 선생님 저 박○○예요"
결국은 이름을 듣고서야 오래전에 1학년 담임을 할때 우리 반에 아주 명랑하고 책임감 있던 박○○라는 것이 떠올랐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 있으면 차 한 잔 하자고 하는 것을 학교일 때문에 다음에 하자고 연락처만 남겨두고 돌아섰다.
지금까지 담임을 한 학생들을 기억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여년을 교직에서 생활했지만 담임을 했던 녀석들을 못 알아본 적이 없는데, 어찌 이런 일이.... 학교에 오면서 자꾸만 그녀석 생각이 떠올랐다.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못 알아보다니,, 얼마나 실망이 클까 싶었다. 길에서 그냥 지나치면 그만인데, 선생님을 알아보고 인사까지 했는데, 누군지 몰랐다는 것에 대하여 내 자신이 정말 싫었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옛날의 졸업앨범을 시간내서 꼭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