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있을 개학을 앞두고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의 방학계획서를 펼쳐 보았다. 그리고 방학 숙제(가족신문, 그리기, 독후감, 일기, 수집 등)를 하나하나 점검해 보았다.
그런데 아이의 일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방학을 한 후,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의 일기는 잘 쓰여져 있었으나 중간 부분의 일기가 군데군데 빠져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막내에게 물어보았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매일 일기 쓰는 것이 귀찮아 요령을 피웠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특별히 쓸 내용이 없어 거짓말까지 해가며 일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말하였다.
잠시나마 아이의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를 몰랐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아이에게 그 날 하루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겠는가? 방학 숙제 때문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쓸 수 없다는 아이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나 또한 이 부분에 대해 반감을 가진 적이 있었다.
나는 일기를 써야만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 아이에게 간단히 설명해 주고 일기를 쓰지 못한 날짜에 동시를 적게 하였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고 있는 초등학교 방학 숙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의 경우, 방학 숙제를 아이들 스스로가 해 가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방학 일주일을 앞두고 온 가족이 아이들의 방학 숙제에 매달려 전전긍긍(戰戰兢兢)하는 경우를 더러 본다. 하물며 수집물과 관련된 숙제는 문구사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드물다.
과연 이러한 방학 숙제가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 또한 방학 숙제를 으레 부모들이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방학 숙제가 학교나 가정에서의 아무런 자정 노력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대부분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스스로의 해결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부모의 교육열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강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잠재능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으로 최소한 아이들의 가능성을 잠재워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아이들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참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한 학교에서는 방학 과제물에 대한 선택의 폭을 늘여 아이들 스스로가 수준에 맞는 과제물을 선택하여 해결해 봄으로써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