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급에서 가장 신바람이 나는 아이들이 수시 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이다. 자율 학습을 하지 않고 일찍 집으로 귀가하는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모양이다.
그러나 담임으로서의 걱정은 만에 하나라도 그 아이들의 행동으로 인해 밤 11시까지 남아서 자율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동요나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귀가하기 전에 늘 종례 사항으로 주문하는 말이 있었다.
"얘들아, 남아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너무 지나친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의 단순한 행동 하나가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친구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방과 후 활동이었다. 갑자기 늘어난 자유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까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계획을 짜서 생활을 잘하고 있었으나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몇 명의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수시 모집 합격자 중 한 명이 나에게 찾아왔다.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아 어려운 이야기를 할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내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선생님, 저희들이 결정을 했습니다.”
그 아이는 이야기의 자초지종(自初至終)은 말하지 않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였다. 그것이 의구심 더 자아내게 하였다.
“결정했다고? 무엇을 말이니?”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난 뒤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를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 저희들이 친구들을 대신하여 청소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아이들의 발상이 기특하여 한동안 그 아이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친구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에 나머지 아이들도 큰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올해는 생각보다 입시결과가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친구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