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막내 녀석이 책을 사달라며 조르기 시작하였다. 평소 책읽기를 싫어하는 녀석이 갑자기 책을 사달라고 할 때에는 분명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보채는 녀석을 달래며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OO아, 갑자기 무슨 책을 사달라고 그러니?" "만화로 된 삼국지를 사주세요." "왜 하필이면 그 책을 사달라고 하니?"
막내 녀석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사실인즉, 여자 짝꿍이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을 물어 보았는데 대답을 못했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것도 모른다며 친구들 앞에서 면박을 주었다는 것이었다. 녀석이 그것 때문에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었다.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내심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우리 부부가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를 하면 녀석은 대답만 할 뿐, 딴청을 부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책을 읽게 하는 여러 방법을 생각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된다는 생각에 저녁을 먹고 난 뒤, 아내와 나는 TV시청을 자제하고 책을 읽었다. 갑자기 달라진 우리 부부의 행동에 의아해하는 표정만 지을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책을 한 권 읽고 난 뒤, 독후감을 쓰면 본인이 갖고 싶은 것을 사주겠다고 약속을 한 적도 있었다. 몇 번은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도 하였으나 독후감 쓰는 것 자체에 싫증이 나는지 며칠이 지난 뒤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더니 책읽기를 그만두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오늘 녀석이 학교에서 들은 친구의 말 한마디가 그 어떤 것보다 특효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염려하는 것은 그 충격이 순간적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책읽기를 강요하기보다는 책을 읽음으로써 본인에게 돌아오는 혜택과 어떤 종류의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기유발이라고 본다. 처음에 습관만 잘 길들여지면 아이들은 스스로 책읽기를 즐겨할 것이다.
여건이 된다면 한 달에 한번정도 토요 휴무일(주5일제)을 이용하여 가족끼리 야외로 나가 자유로운 주제를 정해 글짓기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의 일환이다. 그리고 지은 글을 읽고 그 느낌을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특히 아이들에게 동시 낭송을 해보게 함으로써 가을 정서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