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인근 공원에 전일제 봉사활동을 나갔다. 우리 학교 2학년 전체 학생들이 참여했으니 적은 인원은 아니었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 탓에 "제발 오전중에는 비가 내리지 말아 주었으면..." 이런 걱정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실시하였다.
담임교사의 인솔로 각각 구역을 정해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봉사활동이라고 해야 공원 내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정도였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지도했고 학생들 역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공원 내에는 인근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운동도 하고 휴식도 취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주5일 근무제 시행과 함께 늘어난 공원의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활동 시작 후1시간 여가 지났을 무렵에 가까운 곳에서 뭔가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말소리가 들렸다. 주변에서 운동을 하던 4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학생들에게 좀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이었다.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우길래 이런데 와서 이렇게 시끄럽게 소란을 떠느냐, 다른 사람들 생각을 왜 안하느냐" 대충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일단 가까이 가서 "죄송합니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사과를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아이들이 "선생님, 저희들 그렇게 떠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괜히 저 아저씨가 시끄럽다고 저쪽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도리어 저 아저씨가 더 시끄럽게 소리 질렀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공원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청소나 잘 하자"고 타일렀다.
그 와중에 그 남자는 "당신이 선생님인 모양인데, 아이들 교육 좀 잘 시키시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돌아서면서, "도대체 선생들이 뭘 하는 것인지 원..."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잠깐만 이야기 좀 하시겠습니까?"라고 하면서 그 남자를 불렀다. "한 가지만 질문하겠습니다. 댁에 아이가 몇 명 있습니까?" "둘 있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그남자가 잔뜩 화난 듯이 그리고 짜증난다는 듯이 대답했다.
제가 한 마디만 더 묻겠습니다. "아이들을 댁의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까. 그 댁의 아이들 말 잘 듣습니까?" "잘 듣든 안듣든 당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지 않소" 더욱 짜증을 내는 말투로 그 남자가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럼 제가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그쪽 분은 아이가 두 명인데도 가끔 어렵게 하는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담임이 최소한 35-40명을 데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하루의 거의 전부를 말입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 교육을 잘못시킨 것은 인정합니다만 그 많은 아이들을 모두 완벽하게 교육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것만 이해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 학생들이 아이들이 아니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떠들기도 하고 그러는 것입니다. 조금만 이해를 해 주십시오."
그렇게 일단락을 지었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요즈음 아이들이 많이 변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큰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오랫만에 학교 밖의 활동에 기분이 들뜨기도 하는 것인데, 그 남자의 예민한 반응이 못내 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