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퇴근시간을 앞두고 교무실은 아이들의 종례를 끝내고 퇴근을 준비하는 선생님들로 어수선하였다. 바로 그때 학생부장 선생님 책상 위에 놓인 전화벨이 울렸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
“교통사고라고요? 어디에서요? 확실합니까?”
전화를 끊고 난 뒤 그 선생님은 교감선생님께 간략하게 전화 내용을 이야기하고 부리나케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고 경위는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교통사고’라는 말에 교무실에 남아 있던 선생님들은 자못 신경을 곤두세우는 눈치였다. 그리고 큰 사고가 아니기를 바랐다.
잠시 뒤,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런데 전화를 받는 교감선생님의 얼굴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교감선생님은 수화기를 무겁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우리 학교 여학생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군요. 상황이 심각하답니다. 두 여학생은 중경상을 입었고, 한 여학생은......”
교감선생님이 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대충이나마 사고의 심각성을 읽을 수가 있었다. 사실인즉, 한 운전자의 운전 부주의로 인도로 걸어가던 우리 학교 여학생 세 명을 치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고로 한 여학생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고 두 명의 여학생은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러 갔다는 것이었다. 하굣길 졸지에 당한 아이들의 교통사고 소식에 교무실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몇 명의 선생님들은 학생 명부를 뒤적이며 그 학생의 신원을 확인해 보기도 하였다. 또 어떤 여선생님은 그 여학생을 잘 안다며 오열하였다. 담임선생님은 믿어지지가 않은 듯 한동안 멍하니 교무실 창문을 바라보면서 애석해 하였다.
“종례시간, 월요일 웃는 얼굴로 만나자고 약속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랑하는 제자는 월요일 웃는 얼굴로 만나자는 선생님과의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지금 교정은 꽃망울을 머금고 개화를 기다리고 있는 국화가 만발하다. 그러나 제자는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꽃 한번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부모와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의 곁을 떠나갔다.
안전불감증으로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 매일 아침, 등굣길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교통지도를 하는 선생님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제자의 희생은 학교 앞에서의 서행을 무시하고 몰지각하게 운전을 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 실수로 인해 부모는 사랑하는 딸을 가슴에 묻어야만 하고 선생님들은 제자의 잃음으로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함께 공부하며 운동장을 뛰놀던 아이들은 친구의 희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다.
이제 제자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 희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제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좀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