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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열악한 시설, 운동장뿐 아니다

교육부가 최근 어느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운동장이 없거나 규격 미달인 학교가 전체의 8.9%에 달하며 고등학교의 경우는 15%에 달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국의 학교들 중에 학생들이 마음 놓고 100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을 가진 학교는 불과 54%에 불과하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다행히 요즘 체육과 달리기 평가 종목이 50m로 바뀌긴 했지만 마음 놓고 달리기조차 할 수 없이 비좁아 대각선으로 달리거나 이웃 학교 운동장을 빌리는가 하면 정식 규격이 아닌 미니 축구장에서 북적거리며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시장통을 연상케 한다.

올해 초 부임하여 학교 실정을 잘 모르고 있던 나는 운동장에서 개최된 입학식 날 비좁게 정렬한 학생들에게 개인간의 간격을 넓히라는 구령을 주문했다가 학생들이 운동장 주변의 펜스에 걸려 넘어지고 화단을 짓밟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전체 학생이 한 자리에서 체육대회를 개최할 수 없어 그때마다 지방차치단체의 공공 체육시설을 임대하거나 학년별로 시차를 두고 수업과 체육행사를 교대로 진행하고 있어 소기의 교육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 학교마다 축제가 열리는 계절 가을이 왔다. 교육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여 한 해 동안 갈고 닦은 저마다의 교육실적물을 공개하고 소질과 특기를 발표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학교축제는 교사들로선 힘든 과정이지만 그동안 학업에만 정진했던 학생들에겐 더없이 즐거운 추억의 자리임을 부인할 수 없다.

리포터의 학교는 충북 도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중등 학교지만 안타깝게도 전교생이 모여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강당 등 다목적 체육시설 하나 없이 열악하기만 하다. 따라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축제 발표회나 전시회 장소 섭외 문제로 곤혹을 치러야 한다. 궁여지책으로 발표회와 전시회를 격년제로 번갈아 치르고는 있지만 발표회가 있는 올해도 예외 없이 오랫동안 고심하던 끝에 근처의 모 대형교회 측의 배려로 전교생이 한번에 입장하여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예배당을 빌려 쓸 수 있게 되어 안도하고 있다.

요즘 가정에서 점차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시설의 열악함 속에서 아이들이 길러지고 있어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기 어려워 정부당국의 ‘공교육 내실화’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생수가 줄어 머지않아 분교가 되거나 폐교로 전락할 학생 수십 명의 시골 학교는 최신 시설로 개축하거나 일부 학교를 선정하여 운동장을 잔디구장과 우레탄 코트로 설치하고 있으니 웃지 못할 교육행정에 도심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교육당국은 이러한 시설이 미비한 학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광역 체육시설을 마련하거나 적어도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교육투자의 영세성과 불합리성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한국 특유의 대도시의 거대한 학교, 과밀한 학급, 열악한 시설로 계속 나타날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나라의 재정을 책임진 분들과 교육당국 관계자님들이 교육 문제가 단순히 교육 분야만의 문제가 아님을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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