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불과 얼마 전까지 하루 23시간을 꼬박 병상에 누워 지내야 했던 장양기 교사(인천여고 재직). 칠흑 같은 절망을 뚫고 2년만에 정신을 차린 그는 아내에게서 그간 혈육처럼 병상을 지켜준 고마운 이들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장 교사는 선인고 근무 시절인 1999년 9월 청천벽력과도 같은 백혈병 선고를 받고 2000년 10월 한 일본인의 골수 기증으로 `생명'을 이식 받았다. 그 후 10여 차례 입·퇴원을 거듭하며 며칠을 혼수상태로 보내기도 하고 하루 23시간을 꼼짝없이 누워지내는 날이 끝없이 이어졌다.
몸무게는 40㎏이나 빠졌고 목소리도 잃은 채 사람조차 잘 알아보지 못한 시간이었다. 긴 투병생활에 가족들이 겪은 고통은 경제적 어려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장 교사의 등 뒤에는 그의 쾌유를 비는 사람들이 늘 생명의 버팀목처럼 받쳐 주고 있었다. 스승의 사연을 들은 선인고 2, 3학년 학생들은 인터넷에 호소문을 올리고 헌혈증 400여장을 모아 스승과 피를 나눴다.
또 A형 피를 가진 20여명의 교사와 졸업생들은 자진해서 혈소판을 제공하기도 했다. 2시간 동안 몇 차례나 피를 뽑아 혈소판만 추출한 후 다시 피를 되돌려 넣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모두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
순번을 정해 각자 2∼4차례 혈소판을 제공한 석 달 동안은 기름진 음식과 술, 담배도 피하고 조그만 상처라도 나 세균에 감염될까봐 항상 몸을 조심해야 했다. 건강한 혈소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종식 교장을 비롯한 선인고 교직원, 학부모, 동문회, 학생들이 모두 동참한 모금운동은 인근 학교에까지 번졌고, 충북대 지리과 동문들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또 장 교사가 활동하던 전국지리교사연합회 홈페이지에도 `힘 내세요!' `꼭 완쾌될 겁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얼굴 모를 교사들의 온정이 답지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최정섭 교사(現 백령종고 교사)는 "평소 장애인과 불우 노인을 제 몸처럼 돌본 장 교사는 존경스런 후배였다"며 "어서 털고 일어나 교단에 우뚝 선 그를 보고싶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요즘 대화도 나누고 산책도 나갈 만큼 건강이 많이 호전됐다. 대문 앞 네 계단에 첫발을 내딛고는 엄청난 고통에 동여맨 신발 끈을 다시 풀었던 일이 불과 얼마 전이다.
"지금은 휴직중이지만 곧 교실에 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장 교사는 "죽기 전에 모든 분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어서 일어나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