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학교급식에 대한 국내산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한 전라북도 학교급식조례 재의결안에 대해 대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려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 판결로 인해 지금까지 급식 조례를 잘 지켜오던 학교까지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 농산물로만 급식을 해오던 것을 값이 저렴한 수입 농산물로 대체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교실에 가 보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 식당으로 갔으나 몇 명의 아이들은 집에서 가져 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생각보다 도시락 반찬이 맛있어 보였다. 한 아이에게 학교 급식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학교 급식에 대한 부모님의 불신 때문이라고 하였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김치가 국산이 아니라 중국산이라는 보도를 접하고 학교 급식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급식을 중단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학교 급식과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점심을 해결할 때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그 아이는 여러 가지 차이점에 대해 말하였으나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불신이었다. 도시락을 매일 챙겨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무엇보다 부모님이 싸준 도시락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좋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매월 학교 급식을 하는 학생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학교 급식에 대한 불신의 벽을 더 부추기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최후의 경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학교 급식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의 식탁에는 외국 농산물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으로 인해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우리 농촌을 살리는 차원에서도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재고(再考)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 농촌은 제14호 태풍 ‘나비’로 초토화 된 상태이다. 이로 인해 농민의 시름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농민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농민의 사기를 저하시키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