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20분.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의 출석을 점검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린 지도 오래다. 언제부터인가 담임으로서 아이들의 출석 상황이 그 날 하루의 기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특히 1학기 수시 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이 불규칙적인 생활로 지각 내지 결석이 잦아 학급마다 출결에 대한 담임 선생님의 신경이 곤두 서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나마 우리 학급의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잘해 주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교실 문을 열자 1분단 창문 쪽에 빈 자리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빈 자리의 주인공은 어젯밤 2학기 수시 때문에 상담을 한 남학생이었다. 그 아이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지각이나 결석이 없었고 평소에 학교 생활도 잘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아이였다. 다만 한 가지 염려가 되는 것은 가정 사정으로 인해 부모와 헤어져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한다는 점이었다.
1교시 수업을 하는 내내 그 아이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 교실로 가 보았으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누구하나 그 아이의 결석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교무 수첩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해보았다. 전화를 걸자 없는 전화번호라는 멘트가 울러 나왔다.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똑같은 메시지만 계속해서 울렸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리 상담을 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리고 자취방을 알아두지 않은 것은 불찰이기도 하였다. 평소 학교 생활을 잘해 주었기에 ‘설마’ 이 아이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바로 그때였다. 내가 걱정을 하고 있는지를 알기라도 하듯 그 아이와 친한 남학생 한 명이 교무실로 내려왔다. 그리고 바뀐 전화 번호와 자취방을 나에게 일러 주었다. 우선 일러 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였으나 신호음만 울릴 뿐 받지는 않았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자취방을 안다는 남학생을 데리고 집으로 찾아갔다.
그 아이가 자취를 하고 있는 집은 반 지하였다.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어 보았으나 잠겨져 있었다. 순간적으로 불안감은 더해 갔다. 할 수 없이 문을 두드리며 그 아이의 이름을 계속해서 불렀다. 잠시 뒤, 안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제자였다. 고개를 내민 제자의 얼굴이 무척이나 수척해 보였다. 밤사이에 얼마나 앓았는지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땀을 닦아주면서 차마 그 아이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동안의 무관심 때문에.
그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여러 생각들이 교차되어졌다. 아이들에게 지나친 관심도 문제가 되지만 무관심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사안은 언제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평소에도 아이들과의 상담을 자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깨우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