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는 운동회날입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3, 4, 5, 6학년이 펼치는 훌라후프를 이용한 무용이 시작되었을 때 내빈석에서 누군가 뛰쳐나와 리듬을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도 그 분을 끌어내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본교 선생님 한 분이 재빨리 훌라후프를 갖다 드렸습니다. 그 분은 흥겹게 곁눈질을 하며 따라하는데 양말 발인 그 분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흥겨운 리듬에 자기도 학생들과 한 몸이고 싶었을 뿐입니다. 옷차림은 후줄근했지만 연습 한 번 안했는데 어쩌면 그리도 잘하는지 보는이들이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모두들 손뼉으로 박자를 맞춰 주었고 그 분은 끝까지 학생들을 따라 다니며 끝을 보았습니다. 누구 아빠인지 궁금했는데 학교 다니는 자녀가 없는 홀로 사는 혼기 놓친 나이 많은 농촌 총각이었답니다. 이렇게 우리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모두 모여 흥겨운 한마당 잔치를 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