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상징물 중의 하나인 자유공원. 요즈음 그곳에 있는 맥아더 동상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전경대원들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상징물이요, 한국 역사의 한 장을 차지하는 맥아더의 동상은 인천의 중심가의 높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지만 시련을 당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곳에서는 차이나타운과 월미도도 내려다 볼 수 있고, 봄이면 꽃이 피어 좋고, 여름이면 지대가 높아 시원해서 좋고, 가을이면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고, 겨울이면 황량한 공원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과거의 회상의 공간을 제공하해서 좋다. 그러나 최근 맥아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해병대 군인들과 군용차량이 공원에 진을 치고 맥아더 동상을 지켜가고 있어 공원을 찾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어느 때나 가도 그곳은 맥아더를 보러 간다는 느낌보다는 공원이기에 간다는 이미지가 훨씬 더 뇌리를 스치곤 했다. 게다가 꼬맹이와 같이 갈 때면 역사에 대한 과거의 인식을 이야기해 주는 여가를 가질 수 있어서도 좋다.
맥아더가 한국 전쟁에 우방국으로서 참가하여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민주주의 국가를 공산주의 국가로 가는데 막아주는 역할을 한 일등공신 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그가 한국 정치에 흑백을 가리는 역할을 한 것도 없다. 오직 그는 한국 전쟁에서 군인으로서의 역할 외에는 한국민에게 미움을 산 일도 없다. 그는 조선의 이순신에 비유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가 때로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도 지금 일부 한국인들은 미국에 대한 적의심을 맥아더에 대한 미움으로 변형시켜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강대국이 지배하는 오늘의 국제질서가 윤리의 논리도 아니고 철학의 삼단논법도 아니다. 오직 세계 질서의 흐름은 힘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음은 자타가 다 아는 일이다. 그렇다고 약자이기에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휘청거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강대국의 횡포가 강한 세계 질서이기에 제3의 국가들도 그들 나름대로 힘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동맹을 맺고 무역국으로서의 친교를 다져가는 것이다. 인간의 질서나 동물의 세계나 생물의 종이나 그 원리를 파고 들면 생존경쟁을 위한 치열한 관계는 약육강식이다.
미국을 두둔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인천 송도에 있는 공원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한국전쟁 관련 기념관을 만들었다. 그것이 공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반공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 외는 시민들의 이용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맥아더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을 찾아가게 되면 언제나 확 트인 공간과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찾는 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공원으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역사 체험학습의 장이요, 유치원 아이들의 소풍 장소로서의 역할도,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으로서도, 전쟁을 겪은 어른들의 과거 회상의 장으로서의 역할 등을 하는 곳이 바로 맥아더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이다.
이곳에 있는 그의 동상이 차지하는 공간은 넓지도 않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높이 세워져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맥아더가 있는 공원이 넓다고는 하나 그곳에는 인천의 개항지로서의 역할을 상징하는 탑이 자리잡고 있기에 이곳이 미국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아닌가 하는 울분을 토하기에는 좀 그른 점이 있지 않나 싶다.
인천에는 전쟁 기념 공원이 송도에도 있고, 동인천에도 있다. 그런데 두 공원이 다 한국전란을 상징화하는 공원이라 하나의 공원은 다른 용도로 변경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다. 또 보는 이의 의도에 따라 맥아더 동상에 대한 이미지가 미국에 대한 적의심의 상징물로 형상화된다면 두 공원의 용도를 변경하는 길이 바람직하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미국을 미워하고 타 우방을 좋아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세계 논리의 흐름을 잘 이용하는 외교전이 우선돼야 하고 세계 무역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경제 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육여건을 마련하는 길이 곧 작음 고추가 매움을 보여주는 기회가 아닐까.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그릇된 세태의 심리를 벗어나는 넓은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