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자, 갑자기 선생님들의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중간고사 시간표(10월 4일~10월 7일)가 발표됨에 따라 출제안과 이원목적분류표를 금주까지 제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에 불거져 나온 성적 비리 사례들을 교무 부장으로부터 전달받은 선생님들은 유인물을 펼쳐놓고 만에 하나라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신중을 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고3 담임선생님의 경우에는 2학기 수시 모집과 출제 기간이 병행되어 이중고를 겪어야 되는 어려움도 있다. 아무튼 기일을 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3학년 담임선생님께 무언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수업이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선생님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출제를 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어떤 때는 도서관 분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자못 진지하기만 하다. 어떤 선생님은 한 문제를 출제하는데 무려 20분이 소요되었다며 심중을 이야기하곤 하였다.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의 교무실 출입이 잦기 때문에 되도록 출제를 자제해 달라는 교감선생님의 지시 전달이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출제안이 들어있는 문서는 반드시 암호를 부여하여 보관하라는 지시까지 받기도 하였다.
2학기 수시 때부터 수도권 대부분의 대학들이 실질적인 내신 반영률을 30%미만으로 줄인다는 보도는 논술이나 심층면접이 약한 농어촌 학생들에게 심히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일정한 기준이 없이 여론 몰이 식의 대학의 입시 기준의 변화 때문에 곤혹을 치러야 하는 곳은 일선 학교이다. 그럴 때마다 교사들은 입시 지도에 혼선을 빚는다. 물론 학생이나 학부모 또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대학이 양적보다 질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좀더 내실 있는 기준안을 마련하여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한번 세워진 기준안은 조령모개(朝令暮改)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