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 싸움을 했어요. 그래서 화가 나서 감독선생님께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갔어요. 용서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 두 아이의 얼굴이 붉게 멍들어 있었다. 심하게 싸운 모양이었다. 그래서 지레짐작 겁을 먹고 담임인 나에게 양심 선언을 하러온 것이었다. 싸우게 된 이유를 들어보니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사소한 감정 싸움이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는 간단한 주의를 주고 난 뒤, 아이들을 교실로 돌려보냈다.
이제 60여일 정도 남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아이들은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다. 평소에 그냥 묵과할 수 있는 사소한 말 한마디도 이 시기에는 싸움의 불씨가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말들이 많으리라 본다. 어떤 때는 그것마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응석을 다 받아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한번쯤은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교육 현실을 탓한다고 교육 개혁이 금방 이루어지지 않듯 불합리(不合理)에서 합리적인 것을 찾으려고 애쓰는 아이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아이들은 입시 전쟁에서 작은 평화를 원한다. 그 평화를 얻기 위해 아이들은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