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부문 국정감사에서 교육부총리가 “교원평가는 교섭사항이 아니다. 교육력 제고 차원서 교원단체 합의 없어도 교원평가 시범 실시하겠다”는 망언에 가까운 답변을 했다.
역대 정권은 물론 특히 지난 10년 동안, 교육 발전을 위한 수많은 개혁안이 계획되고 또 추진되어 왔지만 현실은 개혁 내지는 개선되기는커녕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오히려 교육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을 씻을 수 없다. 이는 그동안 정부 주도의 정책들은 교육현장이 처한 현실을 모르거나 도외시한 채 이상과 이념만 가지고 무리하게 계획하고 추진하려고 함으로써 새로운 교육위기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먼저 교원정년단축, 촌지대책, 체벌금지조치 등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한 교원정책은 그 의도와는 달리 교사의 권위를 실추시킴은 물론 교권을 허약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교육력을 약화시킨 대표적인 정책으로 손꼽힌다.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닌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몰리면서 여론의 심판대에 서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교사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와해되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교육부는 왜 모르는가. 이러한 과거의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교사가 교육개혁의 주체가 되지 않는 한 교육의 개선·발전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교원정책은 무엇보다 교직 문화의 특수성을 섬세하게 고려하여 채택 입안해야 하며, 아울러 교육개혁을 최일선에서 실천하는 교사에게 있어서 자발성과 내재적 가치보다는 강제성 등 외재적 유인가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은 우리의 교직문화와 맞지 않으므로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과제가 선행되어야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애당초 교육부가 교사를 평가하겠다는 시도를 했을 때, 학부모 등 대다수 국민들뿐만 아니라 우리 교원들도 ‘교육력 제고를 위한 교원평가제’가 말 그대로 공정한 평가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는 투명한 교직사회를 만들고 결과적으로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길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이런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금의 교육위기를 불러 온 모든 책임을 교원에게 떠미는 저의가 깔려 있을 뿐 아니라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의 결여는 물론 교원들의 실질적 능력 개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교육공동체의 합의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려 했던 교원평가제 도입이 정부의 안대로 밀어붙이기식, 여론몰이식으로 추진될 경우 교육현장의 혼란이 초래된다고 판단하여 더 많은 연구와 노력, 그리고 합의라는 숙제로 안고 일단 유보된 바 있다.
현재 교직사회는 교권의 추락으로 사기가 저하돼 있지만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다. 지금 교육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과거와 달리 높은 경쟁을 뚫고 선택된 우수한 인재가 교원으로 보충되고 있다. 이제는 교원의 사기를 높여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인성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아무리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였다고 할지라도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불만을 갖고,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지 않는다면 교육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교직사회는 어떠한 평가제도라 할지라도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것은 틀림없다. 모든 교사들이 교직 생애에서 좁기만 한 승진을 위해 주어진 제도에서 노력해도 지탄을 받고 일찌감치 승진을 포기하고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해도 정년을 보장받아 시류에 안주한다는 비판과 함께 사회의 따가운 인식을 면키 어렵다.
교육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됨으로써 교사와 학생 간에 신뢰와 사랑이 충만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진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교육당국이나 학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교사와 학생간에 신뢰와 사랑이 충만해 질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특히 교사를 전문가로 인정하고 교육 문제는 교사들에게 믿고 맡기는 사회적인 풍토를 조성하고 처우를 개선하여 그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학교 교육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교과와 생활 및 진로 지도 등 교육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원단체 합의 없이도 밀어붙이겠다고?
부디 교육계의 수장 김진표 부총리께서는 과거 정부 주도의 정책들이 교육현실을 모르거나 교육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교원들의 공감대를 도외시한 채 밀어붙이려 했다가 실패했던 교훈을 기억하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마저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는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