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단위학교 자율운영체제 구축 및 교육행정체제 혁신방안’에서 교육경력, 근무성적, 연수·연구 성적을 토대로 한 현행 연공서열형 교장 승진을 축소하고 초빙 교장을 50%까지 확대하는 등 교장 승진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교사들 사이에 점수 따기 위주의 교장승진 경쟁이 줄고, 학교수업에 충실한 젊고 능력 있는 교사나 외부 인사가 교장이 되면 학교 현장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판단인 듯하다.
이미 교직사회에서 교육부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됐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우선 조기 진급한 교장들의 정년연장악용수단으로 전락함으로써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로 비판을 받고있는 현행 초빙교장제를 오히려 확대한다고 할 때는 그에 맞는 명분과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방안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학교의 자율성 신장을 위하여 교육수요자인 학교 공동체가 원하는 덕망과 학식을 겸비한 분을 초빙하는 목적으로 운영한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많은 형식적이고도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방안은 얼핏 보면 교장에 교장자격증이 없이도 일정 기준에 도달한 평교사에게도 응모할 자격을 주는 등 다양한 임용 기회를 준다는 긍정적이고 열린 의미도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원자격증 없는 기업인 출신, 지역 명사는 물론 그야말로 교육경력, 근무성적, 연수·연구 성적 등은 물론이고 현직 경험이나 철학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여타 일반 행정직에게도 학교 교장 자리를 개방하겠다는 속셈이 깔려있어 자칫 교직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우려가 엿보인다.
또 한 가지의 문제는 교육부가 일선 현장의 모든 교사들을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 위주의 경쟁의 제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현재의 교장은 일정기간이 지난 교감만이 승진하는데도 교육부는 마치 교사들의 문제때문인 양 호들갑피움으로써 오히려 교직사회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토록 교사들을 불신하는 교육부를 어떻게 믿고 성실하게 교수학습에 정진할 것이며 교장이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행정을 펼칠 수 있겠는가.
교육행정의 수준에 있어서 교장은 하급행정가이거나 중앙과 단위학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흔히 중간관리자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학교에 있어서는 최고경영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즉 교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직접적인 활동, 즉 교수활동을 하고 있고, 교장은 교육행정가로서 교수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교육목표를 간접적으로 달성하는 지원·봉사적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를 경영·운영하는 것은 덕망과 학식 그리고 능력도 있어야겠지만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오랫동안 학교에 근무하면서 끊임없이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연구, 경영철학을 두루 갖춘 교원의 전문성이 필요한 곳이지 생산성을 높여 우수 제품을 대량생산 해내는 탁월한 기업의 CEO나 덕망이 높아 주민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유명인사가 필요한 곳이 아니다. 학교는 실험대상이 아니며 말 그대로 그런 분은 기업이나 지역사회에서 봉사할 기회를 주면 되는 것이다.
본 리포터는 이 주장이 교직의 밥그릇을 빼앗기는 문제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한다. 일부 권위적이고 독단적이어서 교육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탄을 받는 교장이 있다고 해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율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행정”이라는 미명 아래 교직의 전문성을 손상시켜 교단을 황폐화시키거나 혼란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우수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교육발전에 기여하는 초빙교장제의 확대는 반대하지 않되 현행 교육전문가로서의 교장 임용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임용과정과 임용 후의 보완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누가 교단을 흔들어 왔으며 교사나 교장이 책임성 있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지원을 해준 기관이 있었는가 묻고 싶다. 교육부가 툭하면 한국사회의 교육여건을 개선하지 않은 채 선진국에 비교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금의 교육계가 갈팡질팡 시행착오를 반복함으로써 결국 교육력이 약화되고 있는 근본 이유 중의 하나는 교육부의 수장이 교육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임을 왜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