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노년층이 두터워지는 현실에서 노인 문제가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전통 미풍양속인 경로 효친 사상을 고양하고 노인 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과 범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일환으로 1997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제정하였다.
갈수록 현대 사회가 물질만능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 중의 하나인 경로효친 사상이 퇴색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통계 조사에 의하면 매년 60대의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 병에 대한 비관, 가족으로부터의 소외 등이었다.
오늘 아침. 아파트 경로당 앞 벤치에는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단 할머니와 할아버지 여러 분들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자 평소 궁금증이 많은 옆에 있던 막내 녀석이 물었다.
“아빠, 오늘 무슨 날이에요?” “일요일이지. 왜, 그런 질문을 하니?”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어버이날도 아닌데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았잖아요?” “경로당에서 무슨 행사가 있나 보구나.”
그런데 나를 민망하게 만든 일이 벌어졌다. 옆에서 나와 막내 녀석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내가 갑자기 눈을 흘기며 핀잔을 주었다.
“여보, 정말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세요?” “------”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아내는 한심스러운 듯 한 마디 더 거들었다.
“당신도 언젠가는 저 분들처럼---.”
아내의 그 말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날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치며 말을 했다.
“맞다. 바로 그 날이야. 노인의 날. 내가 왜 그걸 몰랐지.”
그제야 아내는 안심이 된 듯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마터면 막내 녀석 앞에서 창피를 크게 당할 뻔하였다. 그런데 아내 덕분에 간신히 그 위기를 모면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어떤 씁쓸함이 감돌았다.
월요일 개천절이 낀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다.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일은 어머니를 모시고 가까운 공원에라도 다녀와야겠다.
환절기. 어머니께서는 아침과 저녁으로 무릎이 많이 아프다고 하신다. 그런데도 자식 걱정은 여전하시다. 당신의 건강보다 자식의 건강을 먼저 챙기시는 어머니. 저는 그런 어머니를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어.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서럽거늘 짐조차 지실까? -송강 정철 《훈민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