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루소는 ‘제2의 탄생’, 샤로테는 ‘제2의 반항기’, 홀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다. 나름대로의 기준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두들 청소년기의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변화를 기준으로 표현하려 한 것 같다.
올 들어 10년만에 여학생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한 눈에 봐도 이전보다 체격은 물론 여성스러운 면모도 많이 변해 있고 표정들이 늘 밝다. 사람들이 가꾸는 식물들은 비슷한 환경과 토양에서 계속 재배하거나 방치하면 불리한 쪽으로 퇴화하는 특성이 있는 법인데 아이들은 시대가 흐를수록 오히려 종(種?)이 개량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학교 3학년 7반 아이들, 못 말리는 열다섯 살 그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에너지가 넘친다. 그들의 만남 속에는 늘 꿈과 이상, 실망과 좌절의 양향성이 교차한다. 작은 일에 쉽게 감동하는가 하면 쉽게 실망하기도 하고, 사색을 즐기는가 하면 몸을 흔들면서 몸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기도 한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털털하기는 또 끝이 없다. 언제 어디서든 자기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하지 않으며 좀더 새롭고, 남다르고,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그와는 또 정반대인 아이들 또한 많다. 그러나 행동이나 생각이 자유롭고 자기의 주장이나 개성이 강한 것만은 분명하다.
교실에서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상적인 삶은 어디서나 힘이 넘친다. 모두들 학원이나 과외 공부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그들은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발산하지 못해 모두들 안달이 나 있는 것 같다. 아무 이유 없이 친구들의 어깨를 툭툭 치고 목을 껴안고 뒹굴기도 한다. 조용히 걸어갈 수 있는 곳도 걷기보다는 뛰어가고, 가만가만 얘기할 것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요즘 아이들은 마치 무모하리만큼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고 했던 고대의 연금술사들과 유사하다. 연금술사들은 평범한 것 속에서 비범한 것을 찾아내거나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려고 했다. 고대 연금술사들의 꿈이었던 납 따위를 황금으로 바꾸려는 일이 바로 요즘 아이들의 문화적 창조 행위인 것 같다.
그들의 관심사는 다양하기도 하다. 음악, 연예인, 이성교제, 스포츠, 다이어트, 춤, 대중가요, 팝송, 만화, 비디오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그것을 누리고 향유함으로써 쓰고 없애버리는 소비적인 행태가 아니라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되풀이 하는 것이 또한 그들의 특징이다. 자신들 나름대로의 ‘멋과 끼’를 표현하고 행동하는 글들은 분명 현대판 연금술사들이다.
그래서 나는 늘 세대 차이를 느끼며 산다. 그러나 세대 차이, 그것은 있는 대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부작용이다.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차이점을 인정해 주는 자세, 그것이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길 아닐까.
못 말리는 3학년 7반,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