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 밭에 심은 고구마를 캐는 날이다. 전교생이 호미를 가지고 등교했다. 봄에 학교실습지에 이랑을 만들고 검정 비닐을 씌운 다음 읍내 장에서 사온 고구마 싹을 물을 주어가면서 정성 드려 심고 가꾼 고구마를 수확하는 날이다.
고구마를 캐는 날은 어린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고구마를 다 캔 다음 모닥불을 해놓고 고구마를 구워먹는 재미를 몇 년간 맛보았기 때문이다. 무엇이던지 직접 재배하여 수확을 하면 뿌듯한 보람을 맛보게 된다. 그것도 내가 기른 것이면 더욱 애착이 가고 수확의 기쁨을 몇 배로 맛보게 되는 것이다.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족 같은 분위기로 재배체험학습도 하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벤트도 할 수 있어 좋다. 풍요로운 가을 ! 수확의 계절 ! 무엇인가 거두어들인다는 것이 어린이들에게도 기쁨이고 결실의 보람을 안겨주는 좋은 교육활동 이라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것은 고구마를 판매하여 그 수익금으로 졸업식장에서 장학금을 준다는데 있다. 벌써 5년째 전통으로 해오고 있는 이른바 "고구마 장학금"인 것이다.
올해는 고구마 싹을 잘 골라서 인지 알이 굵고 붉은색의 속살을 내밀 때는 어린이들이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지른다.
" 야! 고구마가 너무 크다 ! "
" 선생님 이거 좀 봐요. 너무 커요. "
" 그래 호미에 찍히지 않게 조심조심 캐야 한다."
저학년 어린이들은 주렁주렁 달린 고구마를 들고 자랑하기에 바쁘다. 몇 년 동안 경험이 있는 고학년은 고구마를 캐서 모았다가 옮기는 일까지 알아서 척척해낸다. 모아진 고구마는 흙을 털고 상품가지가 있는 것을 골라 박스에 담아 포장을 한다.
상표는 "장학금마련을 위한 재배체험학습 고구마"이고, 생산자는 " 대가초등학교 어린이 일동" 이다.
올해는 고구마 구워먹기를 하지 않고 다음날 급식소에서 고구마를 쪄서 간식시간에 맛있게 먹었다. 재미는 덜했을지 몰라도 위생적으로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농부들이 먹는 새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더 큰 이유는 졸업 때 장학금을 받는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고구마 캐는 날의 추억은 어린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