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내리고 가을 햇볕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길가에 코스모스 자매들의 속삭임이 들려 옵니다. 아직 씨를 맺지 못한 막내가 말합니다.
"큰 언니, 벌써 가려는 거야? 바람이 불면 반 밖에 남지 않은 언니의 씨앗들이 다 날려 가겠어."
"막내야 큰 언니가 먼저 떠나도 슬퍼 하지 마, 넌 아직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잖니?"
"아름다움이 아직 남아 있으면 뭘 해 어제 서리가 내린 후로 내 몸이 차츰차츰 오그라붙는 걸."
이 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가운데 자매가 나섭니다.
"막내야, 네 젊은 모습으로 향기를 뿜어 봐, 벌과 나비가 와서 빨리 씨를 맺게 해 줄거야, 그리고 부지런히 고개를 내밀고 몸을 바짝 말려야 해."
"언니, 충고 고마워,그래도 언니가 내옆에 오래 머물러 있어 줄거지?"
"그럼 난 아직 바람에 날려갈 정도는 아니지 언니처럼 고개 쭉 빼고 햇볕을 쪼여 봐. 밤엔 추웠지만 아직도 낮엔 따뜻해서 좋구나"
한 뿌리에 태어 났어도 살아가는 모습이 다 다릅니다. 빨리 씨를 맺었다고 좋아할 것도 늦게까지 꽃으로 남아 있다고 실망할 것도 없습니다.
인생은 먼 길 달리는 마라톤과 같은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