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시간. 아이들에게 도교육청에서 내려 온 공문 하나를 전달해 주었다. 내용인 즉은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따른 학교별 고사장(4곳) 과 배정 인원이었다. 개인별 시험 장소는 발표가 되지 않아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대충이나마 우리 학교 아이들이 가서 치러야 할 고사장만큼은 알아두는 것이 좋을 듯 싶어 이야기해 주었다.
고사장을 알려주자 아이들은 이제 시험이 임박했다는 것을 실감이라도 한 듯 다소 긴장을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 교실 중간에 앉아 있던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 무슨 질문이니?” “시험을 보지 않을 경우, 전형료는 환불해 주나요?” “……”
잠시나마 긴장감이 감돌았던 교실 분위기가 그 아이의 질문에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중요한 건 그 아이의 질문에 내가 대답을 못했던 사실이었다. 그 아이는 수시 모집 2차에 최종 합격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구태여 수능을 볼 필요가 없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수능 원서 작성 및 마감이 수차 2차가 시작되기 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능 원서를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전국의 고등학교마다 그 상황은 조금씩 차이가 나겠지만, 수시 모집 2차에 최종 합격한 학생의 수는 엄청나리라 본다. 모름지기 이런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거기에 따른 전형료의 손실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전형료의 경우 3개 영역 선택시 37,000원, 4개 영역 선택시 42,000원, 제2외국어와 한문 영역을 선택시 47,000원이라는 비용이 든다. 우리 학급의 학생의 경우, 영역별(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탐구)로 시험을 다 치르기 때문에 전형료가 42,000원이다.
이 학생에게 이미 전형료를 냈기 때문에 시험을 꼭 보아야 하며, 안 볼 경우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식은 설득력이 없다. 이 학생의 경우, 고의성이 있는 시험 불참이 아니라 국가가 만들어 놓은 입시 제도(수시 모집)에 당당히 합격을 하여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경우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학생뿐만 아니라 수시 모집에 최종 합격한 학생들이 시험을 보지 않을 경우 전형료를 환불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치러지는 시험인 만큼 여기에 따른 모든 경비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교육비 명목으로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갹출하는데 혈안하지 말고 진정 필요로 하는데 투자할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수능시험에 결시하는 학생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수능시험(11월 23일)에 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결시를 하게 될 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