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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살릴 수 있다


우리 학교의 제5회 솔향 축제가 끝났다. 짧은 준비 기간에 야근까지 하며 최선을 다한 여러 선생님들의 노고 덕분에 축제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교감으로서 무대공연의 '여선생님 찬조출연'에 감명을 받았다. 찬조팀 포함하여 33개 출연팀이 나왔으나, 여러 댄스팀이 큰 박수를 받긴 하였으나 전교생 1,500명이 이렇게 열광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질서 정연하게 앉아 있던 학생들이 모두 일어나 환호를 외치는데 교감은 문득 얼마전 상주 공연 사고를 떠올리며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이러다가 압사 사고라도 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신문과 방송에 대서특필할 일이다.

선생님의 무대 출연을 보고 학생들이 좋아하고 기뻐하고 환호하고 함성을 외치고 발광(?)을 하고…. 이것은 교육의 성공이다. 그 동안 우리 학교는 승진 가산점이 없어 경력교사가 오지 않고 신규교사가 대부분을 차지해 교육력의 약화 원인이 된 것이 사실이었다.

부장교사를 서로 기피하여 교장과 교감이 애걸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러니 교장, 교감의 말이 먹혀들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였다. 서로가 자진해서 하겠다고 하고 부장교사 경력을 자랑으로 여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니 그 동안의 부정적인 생각이 말끔이 사라진다. 진행의 깜짝쇼도 한 몫 하였다. 사회자도 학생들도 교감도 교장도 모두 잠시 속아넘어 갔다는 것을 알고 박장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연자 대기실에서
사회자 : (당황하며)지금 선생님들 출연하셔야 되는데 모두 어디 계시죠?
선생님 : (웃으면서)저희들이 바로 선생님이예요.
사회자 : (멋적은 얼굴을 하며)교복을 입으셔서 저는 학생들인 줄 알고….

무대에서 사회자가 출연팀을 소개하는데
사회자 : 다음은 내년에 송호중학교에 입학할 초등학생들의 춤이 있겠습니다.
교감 : 아니, 언제 초등학교에 연락을 취하고 협조를 구했나? 야, 우리학교 축제는 정말 대단하고 선생님들 교섭 능력도 알아 줄만 한데.
(무대에 여선생님들 12명이 학생들 교복을 입고 뛰어나온다.)
전교생 : (어떻게 알았는지 앉아 있던 학생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무대 앞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환호하며 기뻐 날뛴다.)
여선생님 12명 : ('웃어요' 음악에 맞추어 흥겨운 댄스를 선보이는데 동작이 척척 맞는다.)

관람석에서
교장 : (무대 공연을 보면서)아무래도 재네들은 우리 학교 학생들 같지 않네요.
학생부장 : 아이, 교장선생님도. 저기 나온 사람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에요. 자세히 보세요.
교장 :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정말 그래요?
학생부장 : 그럼요.

그 이튿날 서울 대공원 소풍지에서
교감 : (환상에 젖은 듯한 표정으로)어제 여선생님들의 춤 정말 잊지 못할 거예요. 그 바쁜 중에 얼마나 연습했죠.
여교사 : 하루 연습한 선생님도 있고 일주일 연습한 분도 있어요.
교감 : 동작이 어려운 것 같은데요?
여교사 : 그럼요. 저희들이 수준이 있어서요. 호호호.
교감 : 학생이 안무를 하고 지도를 했다지요?
여교사 : 예, '보아'처럼 춤 잘 추던 2학년 9반 이지혜 학생이예요.
교감 : 어떻게 비밀을 지켰죠.
여교사 : 여학생이 겸손하고 예절도 잘 지켜 친구들에게 비밀을 유지한 것 같아요.
교감 : 학생들 교복은 언제 빌렸죠.
여교사 : 하루 전날 빌렸어요.
교감 : 우리 학교 여선생님들, 정말 대단합니다. 놀랍습니다. 하하하.

선생님이 제자들을 위해 밤늦게 야근까지 하면서 무대 찬조출연까지 연습하고, 제자들은 자기 선생님의 춤동작을 지켜보며 환호작약을 하고, 교감은 그 모습에 감명을 받아 가슴이 뭉클하고. 교장도 깜짝 놀라고.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다. 가슴과 가슴이 만나야 하는 것이다. 교육은 마음이 통해야 진정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우리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은 한마음인 것을 확인하였다. 이런 가운데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황폐화되었다고 한탄만 하던 학교의 교육. 이젠 아니다, 교육이 엄연히 살아 있음을 보았다. 교육공동체가 힘을 합치면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오늘 한 줄기 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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