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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요즘 아이들, 대단해요

토요일 자율학습 1교시. 오늘은 왠지 교실이 꽉 찬 듯하다. 아니 나의 마음이 감동으로 벅차 오른 날이기도 하다. 수시 모집에 합격한 학생들 모두가 일찍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수능을 위해 마지막까지 비지땀을 흘리는 친구들을 위해 자율 학습을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누구의 발상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중요한 건 아이들의 생각 그 자체가 기특하기만 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다른 반 아이들과 비교하며 종례를 늦게 해주는 것에 대해 투정을 부렸던 아이들이었다. 어떤 때는 남아서 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런 아이들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토요일 4교시 본 수업이 끝나고 귀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종례를 해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심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종례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 집으로 귀가한 아이들이 괘씸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월요일 등교를 하면 수시 모집에 합격한 아이들 모두에게 엄한 벌을 주기로 결심을 하였다.

바로 그때였다. 자율학습 1교시를 알리는 시작종이 울렸다. 조금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교실로 올라갔다. 수능시험이 며칠 남지 않은 탓인지 2층 3학년 교실이 있는 복도는 11월에 접어들면서 그 엄숙함이 더해갔다. 또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볼 일이 있는 아이들만 복도에서 서성거릴 뿐 모든 아이들이 교실에서 정숙하며 공부를 하곤 했다.

요즘 들어 교실 문을 여는 것조차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는 습관이 하나 생겼다. 자율학습시간 교실로 들어갈 때에는 앞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나의 출현이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용히 교실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나의 작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율학습 시간이면 일찍 귀가한 수시 모집 합격 학생들의 빈자리로 인해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비어있는 자리 하나 없이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자리에 앉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 앉아 각자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수능을 치르지 않는 관계로 아이들은 교과목이 아닌 한자 쓰기, 토익공부, 컴퓨터, 독서 등 다양한 책들을 꺼내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남학생은 운전면허시험 문제집을 꺼내놓고 풀고 있기도 했다.

늘 생각 없이 행동하고 자신만 챙길 줄 아는 아이들인 줄만 알았는데 아이들에게는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았다. 결국 이 아이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것은 긍정적인 사고가 아닌 부정적인 관점으로 아이들을 관찰하려고만 하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생각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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