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제자들이 날마다 엮어내는 이야기는 교단에 선 나를 젊게 만듭니다. 13명의 제자 중 영 잡히지 않는 기복이와 경태가 오늘 새로운 맘을 먹었답니다. 본인들은 입 밖에 내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와서 기쁜 소식을 쫑알댑니다.
"선생님 기복이가 공부에 푹 빠졌대요."
"선생님 경태가 받아쓰기 100점 맞고 싶대요."
사실은 오늘 기복이는 받아쓰기 시간에 공책을 안 내놓고 멀뚱거리다가 혼났습니다. 날마다 속썩이는데 진저리가 납니다. 기복이와 경태가 번갈아 그럽니다. 책을 안 내놓던지, 공책을 안 내놓던지, 연필이 없던지 항상 무언가 꼭 부족해서 그냥 놀다가 시간을 때우고 갑니다. 그런 기복이가 친구들로 부터 이런 충고를 들었지요. 하다하다 못한 내가 우리 모두 기복이에게 충고를 하자고 했던 것입니다.
친구들은
"기복아, 공부도 잘하고 공책도 가져오면 좋겠어"
"기복아, 세수 좀 하고 와 코도 더럽고 눈도 더럽잖아"
"기복아, 맛있는 거 사먹지 말고 그 돈으로 학용품을 사"
"기복아, 친구가 하는 말은 분명하니까 그대로 해줘"
"기복아, 공부좀 열심히 해"
"기복아, 불량식품 사 먹지 말고 야채를 많이 먹어"
"기복아, 놀지 말고 공부 해"
"기복아, 아무 때나 그림 그리지 말아"
"기복아, 세수도 하고 옷 좀 깔끔하게 입고 와"
"기복아, 가게 가서 과자 사먹지 말고 그 돈으로 저금을 해"
"기복아, 받아쓰기 연습을 많이 하면 내일 100점 맞을 수 있고 책도 안보고 써도 돼"
이런 충고를 듣고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 고학년에겐 자존심 상하는 말이지만 정답게 말해준 친구들이 얼마나 따뜻한지 모릅니다. 기복이도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을 했지요.
그런데 왜 경태까지 덩달아 착해졌냐구요? 경태는 진작 부터 맘을 먹고는 있었지만 입 밖에 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 그림그리기 상을 타가서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렸던 것입니다. 공책에 낙서와 색연필로 이상한 그림만 그리던 경태였는데 잘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 것입니다.
이런것이 가르치는 즐거움이 아니겠어요? '의도적인 행동의 변화'. 우리가 꿈꾸는 목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