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의 교육정책 실패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다시 들여다보자. 문민정부 시절 교육개혁의 핵심이었던 교원정년단축조치는 젊은 교사들의 수혈로 교육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명분이었으나 명예퇴직자에 대한 수요 예측을 잘못하여 과도한 교육재정 소모는 물론 교사의 부족을 메우지 못하는 교원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하였다. 결국 이 정책 판단의 오류는 교직사회에 심각한 갈등을 유발시키는 상황에 이르러 자존심을 먹고 사는 교직사회의 교육열정을 다시 살릴 수 없게 만들고 말았다.
수준별 교육을 근간으로 하는 제7차교육과정도 그렇다. 정상적인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확보 등 교육환경의 조성 없이 일선교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정서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 무리하게 강행됨으로써 학교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어 결국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부담만 과중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은 역대 최악의 교육과정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위기에 놓였다.
이뿐인가, 교원들의 자질을 변화시켜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성과급제의 도입 또한 교원들의 마음에 분노를 일으켰다. 교직이란 일반 자동차 판매처럼 그 성과를 가시적으로 쉽게 평가할 수 없는 무형의 성질을 갖고 있는 것임에도 마치 상품 마케팅 사업처럼 다룸으로써 교육의 본질조차 송두리째 흔들고 교사간의 갈등과 불신을 가져와 오히려 교직사회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해마다 5, 6월부터 시작되는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진 대학입시제도는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일년 내내 시험기간으로 만듦으로써 교사가 ‘한지붕 다가족’의 가장(家長) 역할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현실을 만들었다. 허물어진 공교육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실시되는 비현실적인 교육부의 입시정책에 의해 학교는 학교대로 기준이 없어 학생들에게 올바른 지도를 하지 못하고 학부모들과 학생들 또한 학교교육에 불신만을 키워 사교육을 잠재우기는커녕 학교를 최악의 입시학원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이렇듯 김대중의 문민정부가 많은 개혁세력을 등에 업고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교육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는, 교육주체를 소비자와 공급자로 양분시키는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잠재적 부적격자’로 모는 부정적인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교사를 피동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결국 학교가 변화될 수 있는 개혁의 싹을 차단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둘째는, 오랜 역사와 충분한 교육여건을 갖추고 학교교육공동체 등 충분한 사회적 합의하에 추진된 선진국형 정책을 검증도 없이 조급하게 서둘러 해내려다 전반적으로 교사들은 쫓기며 학교현장이 점점 경쟁으로 내몰림으로써 학교가 공동화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교육재정의 GDP6% 확충, 학교자치의 확대, 대학입시제도 개선,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원복지 및 근무여건 개선으로 교원의 사기진작 등 주요 교육공약은 그만두고라도 35개 항목의 교육공약에 대한 이행률이 문민정부의 18.2%에도 못 미치는 14%에 불과하다는 불명예를 안은 채 정권 후기를 맞고 있다.
이제 교원의 강력한 저항 등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되는 교원평가와 같은 졸속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일련의 정책적 오류로 '교육을 망친 정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국민에게 약속한 교육공약의 실천을 통하여 시대적 요구를 담당하면서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