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현관에는 '한 명도 소중하게'라는 문구가 슬로건으로 붙어 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 문구는 학생수가 많아야 하겠다는 의미의 數의 개념만이 아니라 학생 한 명은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 가치를 가진 누구와도 같지 않은 독특한 얼굴과 신체적 특징을 가졌으며 성격도 남과 다르고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 또한 남과 다른 것이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인간 개체로서 존중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매우 소중하다는 의미 외에 다른 뜻도 담겨져 있다.
실제로 작은 학교에서 학생 한 명은 매우소중하다. 학생수가 감소하여 한 학급을 배정받으려면 최소인원 기준이 8명(2004년)이었는데 2005년 학년도부터는 7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 6명인 학년은 한 명 때문에 한 학급이 줄어들게 된다. 6학급에서 한 학급이 줄면 교사가 2명이 줄게 된다. 담임교사 한 명과 전담교사 1명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5학급이 되면 교감도 전담수업을 해야 한다. 학급수가 줄어들면 학교예산도 줄어들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6학급이면 2명(겸직)의 보직교사(부장교사)도 없어진다. 이때의 학생 한 명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다. 한 명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본교는 5학급까지 줄었다가 2004학년도부터 6학급이 된 학교이다. 학생이 몇 명 전학을 와서 6학급이 되니까 교원이 2명 늘고, 보직교사를 2명 둘 수 있는 데다가 2005년 벽지학교까지 지정되어 승진에 필요한 부가 점을 받으려는 많은 교사가 희망을 하는 경합지역 학교로 갑자기 부상하였다. 벽지학교라서 학생들의 급식도 무상으로 하고 있다. 학교급식시설도 매우 우수하며 밥맛 좋기로 이름이 나있다. 새 건물에 아늑한 분위로 꾸며진 최신식 디지털 도서실도 있고 과학실도 현대화 사업을 하여 우수한 시설을 갖추었고, 컴퓨터도 학생1인당 한 대 꼴로 학습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춘 학교이다. 등하교는 학교버스 2대로 집 앞까지 실어 나른다. 야생화로 단장한 학습원은 자연관찰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며 학습공원에서 야외학습을 하는 아름다운 학교이다.
이렇게 좋은 학교를 두고 학부모들은 시내 또는 읍내학교로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이사를 떠난다. 어린시절은 시골 학교에서 공부시키는 것이 올바른 인성함양에 좋다는 권유도 설득력이 없다. 농사를 짓던 사람들도 빈집으로 둔 채 읍내 아파트로 이사를 나간다. 안타까운 농촌의 현실이 교육까지 도시집중화를 부채질하는 현실이다. 현재의 어린이들 중에 한 명이라도 전출을 하면 다시 5학급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있는 학교라서 한 명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오늘도 벽지학교 어린이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