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대구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방화를 시도하던 30대 남자를 현장에서 목격한 용감한 고등학생 3명이 격투 끝에 범인을 붙잡아 대형 참사를 막음으로써 2년 전 지하철 화재참사의 악몽이 재현될 뻔한 아찔한 순간을 모면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1년, 도쿄의 지하철 역 구내에서 일본에 유학중인 이수현 씨가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자신의 목숨을 잃은 사건이 국내는 물론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최근에는 故 이수현 씨의 의로운 죽음을 추모하는 영화 ‘실락원’이 한일 합작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의협심이 고갈되어 가는 오늘 날 이 모두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이야기다. 혹자는 현대에 이르러는 한국 청년들의 의협심을 키워준 것은 우리만의 독특한 군대문화 영향 탓이라 하여 일본 등 외국에서도 배우러 온다고 한다지만 앞에서 용감한 의협심을 보여준 사람들은 모두 아직 군대를 모르는 청년들이다.
우리 겨레는 원래 의협심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정의와 정도를 위해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았고 불의를 용납하지 않았었다. 그런 의협심 때문에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수양대군의 불의를 지적하다가 끝내 처형을 당한 사육신이 있었다.
의협심 때문에 논개라는 기생은 적장을 껴안고 물 속에 뛰어들어 고귀한 생명을 조국에 바쳤고 안중근, 윤봉길 의사들이 의거를 했다. 3.1운동, 4.19의거, 5.18민주화운동 등 이 모두가 한국인들의 영혼에 깊이 자리 잡은 의협심 때문이 있었던 고귀한 정의 수호운동이었다.
요즘은 시시각각 들려오는 모든 비리의 소식을 접하면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비리가 노출되면 당사자들은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을 하고 설령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몸을 사리느라고 입을 다물거나 말을 바꾸기 일쑤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지녀 온 의협심은 어디로 갔는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양심은 어디로 갔는가?
사회를 통전하는 규범과 질서가 무너져 그 사회 구성원의 행위를 통제할 수 없게 됨으로써 범죄, 비행, 일탈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태, 즉 아노미(Anomie) 현상까지이 만연된 사회에서 잃어버린 의협심을 다시 찾아와야 할 일이 시급하다.
다시 한번, 위험을 무릅쓰고 대형 참사를 막은 의협심 강한 고교생 3명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