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한 대로 교원평가 시범운영 강행을 둘러싼 학교 현장의 진통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평가에 앞장선 학교와 학교장들이 온갖 항의전화와 비방 협박에 시달리고 있고, 학교 홈페이지에 비난 글이 오르는가 하면 교정 곳곳에 심지어는 유리창에까지 비방 낙서가 난무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제는 무장한 ‘스쿨 폴리스’의 보호를 받으며 시범운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이미 시범운영에 선정된 학교도 안팎의 반발로 사실상 '백기'를 들고 교사들이 연명으로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교육부에 보내는 등 시범운영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교직사회에 엄청난 갈등과 분열 양상을 보이는 등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화근의 원인 제공자인 교육부의 태도는 너무도 무책임하고 한심하기만 하다. 교직단체 등 많은 교사들이 일부 시범학교의 선정 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교육부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연구학교 규칙'상 연구학교의 일종인 시범학교는 교장이 신청하면, 시.도 교육청이 추천해 교육부가 지정한다고 돼 있을 뿐 교사들의 과반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게다가 교육부는 한 술 더 떠 "48개 시범학교 중 어느 하나도 철회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 그렇게 당당하다면 애당초 시범 대상 학교 신청을 순리대로 받든지 아니면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할 일이지 필요도 없는 관리자를 통한 설득과 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교사들의 과반수 동의 만 얻은 학교에서는 신청하라는 독려는 왜했는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금년도 5월부터 공론화되어 2006년 8월 까지 시범학교 운영을 하여 곧바로 법제화를 추진하여 이르면 2007년부터 전면적으로 적용한다고 계획하고 있다.
교원단체에서 여건을 조성하고 충분히 합의 과정을 거쳐 시행하자는 요구를 묵살하고 당초 교원들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채 한 그것도 학기가 거의 끝나가는 11월, 대입수능고사를 앞두고 서둘러 시범운영을 강행하는 저의는 의심받기 충분하다. 대학의 교수들의 강의평가 한 가지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데 5년 이상이 걸렸고, 일본도 교원평가를 위해 5년 이상의 준비 기간과 사회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시행했음을 알아야 한다.
처음부터 우리는 법으로 보장되는 교원의 신분을 부실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 기준을 적용해 퇴출시키려는 불순한 시도에 대해 경고하면서 이는 권한의 남발이자 위헌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교직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경고 한 바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교원평가 시범운영 강행을 둘러싼 학교 현장의 진통, 이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만 다 태웠던’ 이 정부에게 또다시 속을 리 없는 교사들의 반발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을 뿐 모두가 예상되던 일이다. 이제는 모든 공은 교육부로 넘어간 셈이다. 교육부가 백기를 들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하든지 아니면 부작용과 후유증을 감수하며 ‘상처뿐인’ 시범운영을 강행하든지 결정할 때다.
부디 정부는 단숨에 소뿔 고치려다 되레 소를 죽게 만드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강행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