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휴대폰을 소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재수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것은 우선 수험생의 잘못이다.
수능날 하루를 위해 12년을 노력해 왔는데 재수할 기회까지 빼앗겨 너무 안타깝다. 이것은 작년 수능에서 일부 소수의 무지몽매한 이들로 인한 적극적인 부정행위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수험생의 안이한 태도는 말할 것 없고, 감독 교사의 적절하지 못한 지도도 한 몫은 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수능의 '문제의 정답이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수능 출제와 관리를 맡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이 끝난 지난 23일부터 각 교과의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게시판에는 지난 11월 23일 실시된 2006학년도 수능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무려 250여 건이나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모두 250여 건의 의견이 접수되었다고 하는 것은 그 만큼 이번 수능의 문제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출제위원들과 검토위원들이 오랜 기간 출제하고, 검토하여 만들어진 문제이기는 하지만 문제에 대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이의 신청을 받는 이유도 앞에 말한 대로 문제가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의 신청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와 유사한 예로 지난 2004학년도 수능의 언어 영역의 문제도 문제가 있어, 복수 정답으로 인정 한 바가 있다. 그 때도 이의 신청의 결과로 많은 수험생들에게 부담을 안겨 주었던 문제였지 않은가?
굳이 수능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국가고시문제에서도 정답이 없거나, 복수 정답이 있었던 때가 수 차례 있었다고 알고 있다. 물론 여러 법적인 절차에 따라 나온 결과라서 수험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답을 썼던 수험자만 부당이익을 받았던 사례가 비일비재한 수치스런 일이었다. 따라서 그러한 불합리한 부당이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의 신청을 받는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28일부터 수능 문제의 이의 신청에 대한 심사를 한다고 했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아니, 채점을 늦게 하더라도 많은 수험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즉, 출제위원을 제외한 각 분야의 전문가를 대거 투입하여 철저하게 검증하고 엄격하게 심사하여, 부끄럽다고 여기지 말고, 또 체면을 생각하지 말고 떳떳하게 잘잘못을 따져 이 나라의 수험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수능 출제자가 매년 수능을 출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번 출제자가 출제 전문가도 아닌 오로지 각 교과의 교수와 현직 교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능 출제 인력풀을 가동하여 엄격하게 선발하여 출제자를 선발한다 해도, 내가 보기에는 문제 출제에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더욱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보면, 억지로 문제를 만들기 때문에 '문제 아닌 문제'가 많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의 경우, 가장 논란이 뜨거운 문제는 외국어영역 홀수형 20번으로, 소위 일선 고등학교의 상위권 학생들의 대부분(상위권 70%이상)이 틀렸다고 한다면 어느 누가 이 문제의 답이 옳다고 하겠는가?
일선 고등학교의 상위권 학생들의 의견에 따르면,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충분히 정답은 마땅히 1번(답은 3번 to open으로 발표했지만 1번 opened 가 정답)이 되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정답은 3번(to open)이 아니라 1번(opened)인 것이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표하겠지만 말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과 진학지도 교사들뿐 아니라, 삼척동자도 수능 점수의 1점, 2점은 수험생의 인생이 걸린 아주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체면이 안 선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직은 시간이 있고 많은 전문가가 있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심사를 하여 발표해야 할 것이다. 어느 누가 행정소송을 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지 않는가? 그 때는 이미 화살이 시위를 떠난 때이니 만큼 평가원의 공신력은 바닥으로 나뒹굴지도 모른다.
부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고 하루 빨리 적극적으로 심사하여 이 나라의 수험생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쳐야 할 것이며, 또한 수험생들에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