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기 통장을 가지고 자기 발로 걸어가서 직접 저금을 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어떤 학교는 1주에 한 번 은행 직원이 출장을 나와서 등교길에 저금을 받아 가기도 하는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나 담임 선생님의 수고를 덜어 주는 의미로 환영할 만합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매주 목요일을 '저축의 날'로 정해서 학교로 저금을 가지고 오면 담임선생님들이 모아서 농협에 보내어 일괄 정리해 오게 합니다. 동네마다 학교와 뚝뚝 떨어져 있어서 학교 다니기도 어려운데 자기 발로 걸어서 40분 거리에 있는 농협(지소)에 간다는 것도 무리입니다. 왜냐하면 학교에 있다가 시간이 되면 학교 버스를 타고 집에 가야 하니까요.
저는 초등학교 시절 저금을 얼마나 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다만 6학년 졸업때 저금을 많이 찾은 친구가 부러웠던 기억은 납니다. 그 친구는 그 돈으로 중학교에 갈 모든 경비를 대고도 남는 액수라고 신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저금을 찾으러 자모님들이 연말에 학교에 오신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자모님은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 딸이 "엄마 이 저금 찾으면 세탁기 사세요"라고 했다면서 감동스러워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저금을 가져온 학생에게는 '저축상'을 줍니다. 조그만 스티커이지만 1학년들은 스티커 1개 1개 마다에 목숨을 겁니다. 오늘 경태는 100원짜리 저금통을 털어서 만원에 가까운 돈을 가져 왔습니다. 동전 몇 개는 교실에 둔 불우이웃돕기 모금통에 넣었답니다. 친구들이 몰려 들어서 동전을 열심히 세어 줍니다. 매주 할머니가 주는 지폐만 가져오다가 오늘은 용돈을 모은 동전을 가져와서 저축의 참된 의미를 실천한 경태입니다.
유정이는 매주 빳빳한 만원짜리 지폐를 3장 이상 가져옵니다. 아빠가 성실히 챙겨주십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큰딸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입니다. 유정이도 저금돈을 두둑히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집에서 어린 동생을 돌보고 수십마리나 되는 가축에게 먹이도 주고, 설거지 청소 등도 곧 잘 합니다. 방긋 웃는 유정이 얼굴이 복 돼지 같습니다.
유정이 아빠는 학교운영위원이라서 가끔 학교에 오십니다. 한번은 "유정이가 저금을 제일 많이 하였어요." 라고 담임인 제가 먼저 말문을 열었더니 유정이 아빠는 저금에 대한 남다른 마음 가짐을 들려주셨습니다.
그 분(유정이 아빠)은 초등학교 때 저금을 한 푼도 하지 못했답니다. 다른 친구들이 저금을 찾아서 싱글벙글 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내 자식 만큼은 저금을 제일 많이 한 친구로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저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 했습니다. 저금을 많이 하는 유정이는 희망이 부풉니다. 늘어나는 통장의 액수를 보며 부모님도 흐뭇해 하십니다.
제발로 걸어가서 각자가 하게 되면 누가 얼마나 했는지 모를것입니다. 그리고 저금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키울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키워 주기 위해서라도 학생이 매주 1번 정도 저금을 하게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