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말 정년을 하시게 될 교장선생님을 우연히 길에서 뵈었다. “교장선생님 같이 건강하시고 젊은 분이 벌써 정년을 하신다니 아깝습니다!” “뭘요. 후배님들을 위해 나가야지요.” 평소에 소년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시며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가시는 교장선생님이시라 늙지 않는 청년 같아 보이는 분이다.
대학 교수의 정년은 손도 대지 못한 채 초중등 교사의 정년을 단칼에 3년을 단축시킨 이후로 정년을 맞이하는 교원들의 모습을 보면 아직 더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평균 수명도 연장되었을 뿐 아니라 환갑이 되어도 노인 티가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건강도 개인차가 있어서 차이는 있지만 교직을 떠나는 정년교원들 중에는 교육을 위해 무언가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전문직 중에서도 의사는 정년이 없고 법조계의 판검사는 현직을 떠나면 변호사 개업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년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 30-40여년 전문직에 종사한 교원은 정년을 하면 산에 가는 일밖에 할 일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년 후에 소속할 수 있는 삼락회 라는 친목단체가 있지만 전문성을 살려 교육발전에 기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정년을 한 교원들을 대상으로 현장교육지원봉사단체라도 설립하여 교육의 노하우를 재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교직에 있을 때 쌓은 재능이나 전문적인 지식, 특기나 기능, 기자재 수리, 교재교구제작, 서예, 한문지도, 예절지도 등 강사 풀 제를 운영하여 현장교육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정년단축으로 잃은 3년만이라도 봉사의 길을 열어주면 노후의 보람도 찾을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소속감과 자부심으로 노인문제 해결에도 일조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일들이 잘 운용 되면 우리 사회의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활력이 넘치게 될 것이다. 젊은 인적자원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 사회든 연령층에 맞는 인적자원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재적소에서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와 장소를 마련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짜야 한다. 가정에서도 젊은 사람이 할일과 노인들이 할 일이 있는 것처럼 노년층의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우리사회엔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