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교육정책 추진에 대한 교육부의 현장교원 의견수렴 의지가 의심스럽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교장초빙공모제 시범학교지정 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방학 전 12월 중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과는 달리 모든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지난 1월 초 현장 검토의견 제출 공문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계획서의 서두에는 “교육현장에 혁신분위기를 확산하고, 다양한 교육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교육기획력과 민주적 지도력 등을 갖춘 유능한 교장 영입”을 위하여 일정 교육경력 소지 교육공무원, 대학교수, 경영인 등 초․중등교육에 대한 무자격자를 전국적으로 공모하고, 임기종료 후에는 다시 교사로 원직 복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특정교원단체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온 기존의 근평제 폐지와 변종 교장선출보직제로써 특정단체 달래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
그동안 교총을 중심으로 한 현장의 많은 교원들은 교육 경력이나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에게 학교와 학생을 맡긴다는 발상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교육부의 주장대로라면 마치 병원에 오래 근무한 직원도 의사가 될 수 있고, 법원이나 법조인 사무실에서 오래 경험을 쌓은 사람이 변호사나 판사가 될 수 있다는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교장은 교육행정가로서 교사들의 직간접적인 교수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지원·봉사적 활동을 하는 자리로 덕망과 학식 그리고 능력도 있어야겠지만 오랫동안 학교에 근무하면서 끊임없이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연구, 경영철학을 두루 갖춘 교원의 전문성이 필요한 곳이지 생산성을 높여 우수 제품을 대량생산해내는 탁월한 기업가 CEO나 덕망이 높아 주민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유명인사가 필요한 곳이 아니다.
더 이상 학교를 무모한 실험대상으로 삼지말기를 바라며, 교육부가 주장하는 ‘일정한 교육경력’을 갖춘 교육공무원이나 ‘CEO형 교장’ 등 모호한 표현이 명확히 무슨 뜻이며 현재의 교장은 CEO가 아니고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더욱이 초빙공모교장 시범학교 소속 교사들에게 특별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니 이는 교육부가 교원평가제 강행과 마찬가지로 일선 현장의 모든 교사들을 승진을 위한 점수따기경쟁의 제물로 왜곡하는 처사이다. 이는 교육공동체의 합의 없이 강행하는 교원평가제 시범운영의 예고된 정책실패를 은폐․희석시키려고 급조한 위험한 정책이다.
교직은 전문직이며 교직사회는 ‘자존심을 먹고 사는’ 집단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율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행정 추구”라는 미명 아래 강행하려는 ‘무자격자 교직 개방’은 교직의 전문성을 송두리째 부정하여 교권을 실추시키고 교단을 황폐화시킴으로써 결국 교원사회에 엄청난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