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학교 도벽 심상찮다”라는 기사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학생들 도벽을 심도있게 다루어야 한다는 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학교의 도벽이라고 하지만 정작 기성 세대로서 생각하기에는 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 다 그런 것이지 하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 일어난 도벽의 도는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할 정도로 단순히 책을 훔쳐가는 정도가 아닌 데 그 문제점이 있다. 학교 교칙은 있으나 미미하여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감도가 충격 요법을 주기에는 한계를 벗어난 듯 하다. 처벌을 받아도 그 처벌에 대한 부끄러움도 그에 대한 반성보다는 한 번 벌 받지 하는 정도의 인식이 교칙의 계도성에 교육적인 효과를 벗어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주 분실물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학생 자신이 자신의 물건을 잘 간수하지 못한 데도 있지만 그보다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바로 학교의 사물함에 문제가 있음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학교의 재정이 빈약하기에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적당한 크기와 모양의 사물함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데 1차적인 하자가 있다. 고등학생들이 가정에서보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보니, 책은 거의 사물함에 넣어 둔다. 그런데 정작 사물함에 들어가야 할 책들은 비좁아 들어가지도 못한다. 게다가 체육복, 신발 등을 넣어야 하니 책은 당연히 다 넣을 수 없어 책상 서랍이나 책상 위에 두기가 일쑤다. 그러다 보니 청소 시간에 책들이 책상에서 떨어지기 십상이고 그러는 사이에 주인은 바뀌고 또 다른 책상으로 올려놓는 등으로 인하여 자연 분실물이 생기게 되다 보니 책의 주인, 신발 주인, 체육복 주인이 누구인지 그야말로 교실 전체가 책과 옷과 운동화로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것이 오늘의 학교 현실이라고 해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나마 교실 청결에 신경을 쓰는 담임이라면 교실이 한결 낮다.
학생들의 분실물을 방지하려면 무엇보다도 사물함의 자물통이 하나의 열쇠로만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물함을 열쇠뿐만 아니라 가위로도 열린다는 데 있다. 학생들은 그래도 중요한 물건은 자신의 사물함에 넣어 두고 열쇠로 자물통을 채운다. 허나 가위 정도로도 열리는 사물함이라 중요한 지갑을 넣어 두면 체육시간 뒤나, 이동수업을 하고 난 후에는 꼭 귀중품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것도 사물함을 열어서 가져간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학교에 납품하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데나 검사를 받는 데서나 한번쯤은 학교의 현실을 고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 도벽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는 이러한 추세에 학교 사물함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학생들 사이에 갈등과 불신으로 얼룩지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나아가서는 학교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되고 더 나아가서는 공교육의 불신과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쌓게 된다. 이것을 관계당국은 알 필요가 있다.
학교의 재정이 아무리 좋아도 사물함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학교는 찾기 어려웠다. 교직원 연수 때 민족사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학교는 사물함이 그런 대로 크게 만들어져 있고 깔끔하게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어 사물함의 구조를 어느 정도는 인식할 수 있었으나 그래도 그들의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기숙사가 바로 옆에 있으니 그렇게 크게 사물함에 연연할 상황은 아니었다. 1인당 한 달에 200여 만 원을 학비로 내어야 한다고는 하나, 이 학교에서조차도 겉으로 보기에 만족하지 않을 정도인데 하물며 일반 학교야 오죽하겠느냐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나마 사물함 자물통마저 가위로도 열리는 상황이니 학생들의 도벽 방지에 대한 대책을 과연 누구에게 호소해야 할까?